[환율 대응 비상] “연금 해외투자, 외환보유액보다 커” 고환율 우려 ‘새 기본틀’ 관리 나서 기업-서학개미 달러 수요 제한 한계 美 ‘환율 관찰대상’ 지정, 운신폭 좁아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외환시장 상황과 정부 대응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외환시장을 주제로 별도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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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외환시장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 나선 것은 그만큼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7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당국 주요 수장들이 연일 고환율 저지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구 부총리가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의 협의체를 ‘뉴 프레임워크’(새 기본틀)로 명명해 관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고환율에 대한 중장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져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환율이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져 과거와 다른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난달 한미 환율 합의 등으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결국 국민연금 활용 외에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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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단기에 집중되면 원-달러 환율을 상승(원화 가치 하락)시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물가를 따라 국내 물가가 오르고, 구매력 약화에 따른 실질소득 저하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올해 3월 보험료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2053년 365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부총리는 “기금 적자 전환 시점이 미뤄진 건 고무적이나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확대되는 연금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특히 2054년 이후 국민연금 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져 해외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할 때가 되면 지금과 반대로 환율이 하락해 연금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수익성과 상충하지 않다는 논리다.
● 고환율 뉴노멀에 다급한 정부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한미 금리 및 성장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달러 수급 주체들과의 협력을 빠른 해결책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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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환율 조작 우려도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고, 지난달 한미 환율 합의에서도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 조절이 환율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이에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미 재무부가 보는 환율 조작은 수출 경쟁력을 좋게 하려는 방식(원화 절하)으로의 개입을 의미한다”며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하는 투자나 환헤지 등의 활동이 원화를 절하시키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 재무부의 우려는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4원 내린 1465.0원으로 개장한 뒤 약 30분 만에 1457.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구 부총리의 간담회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여 1465.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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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