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비㈜
대형 중량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정밀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인 현장 모습. 대전도비 제공
최상우 대표
최상우 대표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였다. 크레인과 지게차를 운용하며 쌓은 실전 기술은 귀국 후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고 직업적 전환점이 됐다. 대전으로 이주한 그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던 중 기계 운반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시 대전에는 크레인이 고작 두 대뿐이었습니다. 사우디에서 제가 배운 기술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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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도비는 500㎏급 장비부터 50t에 이르는 대형 설비의 운반과 설치를 수행한다. 연구소, 공장, 병원 등 외부 진입이 까다로운 특수 시설이 주요 작업 무대다. 대형 건물 지하 변압기 설치, 고가 의료기기 반입, 대형 냉동기 납품 등 복잡한 작업을 정밀하게 수행하며 업계의 신뢰를 쌓았다.
현장 투입 전 구조나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회의가 진행 중인 모습
“일반 업체들이 장시간을 투입하는 작업도 우리는 현장을 정확히 진단해 효율적으로 처리합니다.” 최 대표의 말처럼 대전도비의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상황 대응력과 정확성이다.
최 대표는 이 업종의 본질을 ‘경험’이라고 단언한다. “도비업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인데 국내에는 공식 직종 분류도 없습니다. 학문으로 배우거나 자격증으로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죠.” 현장 구조와 환경이 모두 다른 탓에 표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장을 분석해 필요한 공구를 직접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기술의 전부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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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의 향후 계획은 명확하다. 무리한 확장이 아닌 ‘안정적 운영’이다. “관리 가능한 규모가 최선입니다. 과도한 확장은 오히려 품질을 떨어뜨리죠.” 그가 바라는 핵심 목표는 안전사고 없이 신뢰를 지속하며 세대를 잇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과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전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아들이 기술을 이어받아 타 지역에서 독립 운영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를 ‘세대를 잇는 자연스러운 성장’으로 본다.
30년 외길을 걸으며 쌓아온 신뢰는 대전도비의 가장 큰 자산이다. 공식 매뉴얼도 제도적 틀도 없는 시장에서 오직 진정성 있는 기술력과 무사고 기록으로 입지를 굳혀온 대전도비는 오늘도 국가 연구기관과 첨단 산업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신뢰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