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1심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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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 최후진술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황망한 심정”이라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 전 총리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미리 준비한 최후 진술 원고를 읽어내렸다.
그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에 대해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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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다. 전력을 다하는 것이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며 “그 길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한 순간 저는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 순간의 기억은 맥락도 없고 분명치 않다”고 했다. 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며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해 국무위원들을 모셔서 다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호소했다.
당초 한 전 총리는 “계엄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관련 문건을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건을 가운데에 놓고 논의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한 전 총리는 “저는 그동안 그날 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여기 계신 어떤 분보다 스스로를 더 혹독히 추궁했다”며 “그날 밤 혼란스러운 기억을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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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재차 호소했다. 그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그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말했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이날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 열린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