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고통이라는 건 절대로 익숙해질 수가 없거든.”
―장준환 ‘지구를 지켜라’
외계인들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 믿는 병구(신하균 역). 그는 안드로메다 왕자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외계인이라 믿는 유제화학 강만식(백윤식 역) 사장을 납치한다.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자신이 외계인이 아니라며 완강히 버티는 강 사장에게 병구는 진짜 정체를 밝히기 위한 잔혹한 고문을 시작한다. “다 똑같아.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결국엔 다 불게 되지. 고통이라는 건 절대로 익숙해질 수가 없거든.”
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당대만 해도 ‘문제작’이라 평가됐다. 황당한 외계인 이야기에 잔혹한 고문이 이어지는 범죄스릴러지만 한껏 발랄한 분위기의 블랙코미디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이 작품은 당시 영화제 상을 휩쓸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지구를 지켜라’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부고니아’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됐다. 이로 인해 다시금 원작이 화제가 되고 있다.
광고 로드중
매일 지구의 위기에 대한 경고들이 넘쳐나지만 우리는 둔감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병구의 고문은 각종 경고에 둔감해진 우리를 깨우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을 통해, 둔감해진 세상의 고통을 함께 느껴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