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극 ‘갈매기’에서 연출가로 도전한 배우 이순재. 동아일보 DB
70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오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약해진 그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복귀에 힘썼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뉴스1 DB) 2025.11.25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단역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머큐쇼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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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연(1966)’의 배우 이순재(사진=한국영상자료원)
영화 ‘이별없이 살았으면(1970)’ 배우 이순재
MBC ‘거침없이 하이킥’
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었다. 범인 역할만 30번 이상 했다. ‘허준’이나 ‘이산’처럼 사극에서 맹활약했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야동 순재’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시청자에게 푸근한 개인적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리어왕 역의 배우 이순재가 10일 서울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장면시연을 하고 있다. 2023.05.10 [서울=뉴시스]
리어왕 역의 배우 이순재가 10일 서울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장면시연을 하고 있다. 2023.05.10 [서울=뉴시스]
“통치자로서 여민동락(與民同樂·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다)을 강조한 3막 4장의 독백은 오늘날에도 갖는 의미가 큽니다. 한평생 배우로 살아보니, 연극에는 우리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고 믿게 됐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21일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의 연출가로 나선 배우 이순재. 그는 “연극은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이다. 어떤 형식이 됐든 관객이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처음 보는 관객들도 단박에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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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문화예술계를 이끌기도 했다. 1971년 연기자협회 초대 회장으로 동료들의 권익을 지켰다. 세종대와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2002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사진제공=뉴스1 / KBS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요.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어요.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인은 2025년 데뷔 70주년을 맞아 동료 배우 박근형과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했다.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다 쓰러져 결국 포기하고 세상을 떠났다. 세일즈맨처럼 성실하고 끈질기게 걸어온 연극인의 삶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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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