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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HIV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HIV 감염인은 약 4000만 명으로 이 중 신규 감염인이 약 130만 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국내 누적 HIV 감염인은 2만451명이고 신규 감염인은 975명이다. 국내 HIV 감염률은 해외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번에 발표한 ‘2024∼2028 에이즈 예방관리대책’에서 ‘신규 감염 제로, 사망 제로, 차별 제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감염 전문가의 관점에서 살피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질병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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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HIV 감염 예방 교육과 노출 전 예방요법 활성화가 필요하다. 노출 전 예방요법은 HIV 감염 고위험군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사전에 HIV 감염을 예방하는 전략으로 이미 높은 효과가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노출 전 예방요법을 활용한 HIV 예방 지원사업이 시행 중이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최근 해외에서는 6개월에 1회 주사로 HIV 감염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됐다. 국내 신규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출 전 예방요법에 대한 홍보와 함께 새롭게 개발된 약제 도입도 필요하다. 1997년 HIV 감염 치료법으로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이라는 항바이러스제 병합치료가 확립된 뒤 HIV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만성병이 됐다. 하루 한 알 복용으로 HIV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해당 약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장기간 면역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신규 감염 제로, 사망 제로보다 달성이 더 어려운 목표는 차별 제로다. HIV 감염인은 의료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차별받고 있다. 진료를 받는 HIV 감염인 중에는 다른 병원을 방문해 HIV 감염 사실을 알리거나 검사 결과 HIV 감염 사실이 드러난 뒤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거부당했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국내 의료법과 의사윤리지침에는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의사는 진료의 요구를 받을 때는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설령 이런 조항이 없더라도 HIV 감염을 이유로 진료받지 못하는 것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질병 이해도가 높은 의료기관에서도 HIV 감염인을 차별하는 게 현실이고 사회적 차별은 더욱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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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