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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이 지난달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을 압수수색 하던 중 눈앞에서 피의자를 놓쳤다. 김 여사를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소개해준 이모 씨였다. 특검은 그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추적해 왔지만 그간 행방이 묘연했다. 마침 1년 전 음주 운전으로 지명수배된 상태여서 경찰의 도움으로 어렵게 소재지를 찾아낸 터였다. 하지만 특검 압수수색과 동시에 체포에 나섰던 형사들이 도착하기 직전 이 씨가 선수를 쳤다. 그는 2층 베란다에서 맨발로 뛰어내려 유유히 사라졌다.
▷특검이 이 씨를 주목하게 된 건 전 씨의 법당에서 김 여사의 예전 휴대전화를 발견하면서부터다. 그 폰에 김 여사가 이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수백 통 남아있었다. 이 씨는 주가조작에 쓰인 김 여사 계좌 중 일부를 관리했던 적이 있어 ‘제3의 주포’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복원해 보니 충격적인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가조작이 한창이던 2012년 10월 이 씨는 김 여사에게 항의성 문자를 보냈다. “내 이름 노출시켜 버리면 난 뭐가 돼ㅠㅠ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 그러자 김 여사는 그런 적이 없다면서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했다. ‘비밀’이란 표현은 몇 달 뒤 대화에서 다시 등장한다. 이 씨가 “도이치 작전으로 내사 중이야”라고 하자 김 여사는 “나랑 하는 얘기 완전 비밀로 해. 주완이(주가조작 1차 주포의 가명)한테도”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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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은 이 씨를 조사하긴 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 이 씨는 2021년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돌연 잠적했다가 이듬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제 발로 검찰에 나왔다. 그때 검찰은 이 씨를 대면 조사하고도 조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 후 음주 운전까지 하며 3년간 자유롭게 활보하던 이 씨는 특검 압수수색 도중 도주했다가 34일 만에 붙잡혀 결국 구속됐다. 다음 달 3일이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려 1심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검찰이 놓아준 핵심 공범을 법정에 세우지 못할 뻔했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