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7개월만에 첫 판결…羅-송언석 등 벌금형 재판부 “불법 수단 동원해 입법 활동 방해” 羅 “민주당의 독재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 인정”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선고 기일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1.20 서울=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선고 기일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 의원에게 벌금 2400만 원(특수공무집행방해 벌금 2000만 원+국회법 위반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황 전 대표에게는 같은 혐의로 각각 벌금 1500만 원과 벌금 400만 원이 선고됐다. 나 의원과 황 전 대표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당 대표를 각각 지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각각 벌금 1000만 원, 벌금 150만 원이 선고됐다. 이외에도 이만희, 김정재, 윤한홍, 이철규 의원 등 현직 4명 모두 각각 400만~1000만 원,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형을 면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1심 선고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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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피고인들은 쟁점법안과 사건 개선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회의 구성원들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성숙한 의정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중하지 아니하고 출입 등을 막아서는 등의 간접적인 형태로 진행됐다”고 봤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1.18. 뉴스1
이는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사건이다. 여야는 몸싸움하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직선거법 제19조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서 2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국회법 혐의에서 500만 원보다 낮은 4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형이 확정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나 의원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사건을 6년 동안이나 사법재판으로 가져온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무죄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의 정치적인 그러한 정황과 항거에 대해 명분을 인정했다”며 “결국 민주당의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재판부는 “개선행위 당시 위헌, 위법성에 의문을 품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양형 이유의 요지를 밝혔다. 다만 나 의원은 항소 여부에 대해선 “조금 더 판단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