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실제 협상 상대는 金 아닌 시진핑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7일(현지 시간)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며 북-미 협상을 주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 “美, 北에 대한 당근, 채찍 없어”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날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김정은은 ‘나쁜(nasty) 사람’”이라며 “무례하단 의미가 아니라, 사악한 사람이란 의미”라고 비판했다. 또 “김정은은 북한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믿고, 그것을 되찾는 방법을 찾는 데 집착한다”며 “결국 목표는 ‘그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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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서 1기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선 북-미 협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두곤 “내 생각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리가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이어받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금은 그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다”며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포기하게 할 ‘당근’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채찍’도 거의 없다”면서 “채찍은 대부분 이미 사용되고 있고,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 (이제는)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을 회유할 ‘당근’은 물론, 압박할 ‘채찍’ 역시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 협상장으로 북한을 이끌 지렛대가 미국에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에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북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도전할 수 있는 경로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이 길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로 노벨상을 탄다면 정말 놀라운 일일 것”이라며 “그런 일이 있다면 나도 거기에 참여하겠다”며 웃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김 위원장이 가장 바라는 것은 “경제 제재 완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이 정말 원하는 것은 북한이 다시 ‘정상 국가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그는 제재 완화로 돌아갈 길을 찾고 싶어한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그 목표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낮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역시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 “韓, 핵추진 잠수함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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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그는 한국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위협에 맞서기 위해선 한국 국민이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이 핵잠수함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선 “더 많은 논의와 세부 검토가 필요하고, 이는 매우 복잡한 질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