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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태평양에서 미국이 반격을 시작했을 때, 일본으로의 진격 경로를 두고 백악관과 군 수뇌부 사이 논쟁이 벌어졌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을 경유하는 루트를 제시한 반면, 체스터 니미츠 해군 총사령관은 대만 점령 뒤 대만해협을 통해 진격하는 안을 주장했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중재한 끝에 필리핀 경유안으로 결론났지만, 이 결정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맥아더가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필리핀 탈환을 밀어붙였고, 대만을 거점으로 삼는 안이 희생을 줄였을 것이라는 등의 반론이다.
필자는 필리핀 안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 니미츠 역시 나중에 이 판단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만 안을 지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동북아시아 안보에서 대만과 대만해협이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지를 말해 준다. 지구는 둥글지만, 지도는 평면이다. 평면 지도로 보면 대만의 전략적 위상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태평양의 십자항로를 그려보면 서쪽 지점에 대만이 있다.
중국과 대만 간 갈등,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내부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역사상 강대국의 국내 문제가 국내 문제로만 머문 적은 없다. 게다가 동북아는 세계 군사력 1∼5위 국가가 집결된 전략지대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유사시 대만에 자위대 파병 가능성을 거론하자, 중국이 구축함을 일본 오스미해협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이 ‘태평양 십자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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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