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불공정 아니냐” 질문 받자 “한미 관세협상 내용중 공정한게 어디 있나” 직설 “관세 인상? 트럼프, 심기 건드리면 어디로 튈지 몰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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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한국-미국 무역협상 팩트시트를 설명하며 “여기 내용 중에서 공정한 내용이 어디 있느냐”고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의 투자 수익 배분율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우리가 사업 투자금을 미국에 주지 않게 되면 미국이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우리에게 줘야 할 돈을 우리가 주지 못한 만큼 미국이 가져간다는 내용”이라며 “우리가 투자를 멈추면 미국이 그동안 우리나라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 중 지불하지 않은 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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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에 대한 뒷이야기도 밝혔다.
김 장관은 “갑자기 (오늘 낮) 12시 20분경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뭘 또 잡으려 하나 해서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야 하나 했는데, 전화로 하지 말고 화상 전화로 하자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김 장관은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며 “잔뜩 긴장하는데 ‘축하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사인하는 걸 보여주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사인하면서 둘이 (화상으로) 전화기를 붙들고 악수하고 마무리를 짓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진행한 회담을 “힘든 시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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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스코틀랜드) 턴베리로 가는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에게 가겠다고 연락을 했다”며 “그러면 언제, 어디로 오라는 게 와야 하는데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어 “스코트랜드에 트럼프 골프장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애버딘 근처에 있고 하나는 글래스고 근처에 있다”며 “근데 애버딘 골프장이 올해 개장해 언론에서 여길 간다고 보도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버딘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표가 6시였다”며 “5시에 러트닉 장관한테 연락이 왔는데, 자긴 글래스고 턴베리로 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애버딘과 턴베리는 3시간 이상 차로 차이가 난다”며 “표를 바꾸려고 하는데, 표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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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이 깜짝 놀랐다”며 “3시간 떨어진 곳에서부터 오고 있으니”라고 했다.
김 장관은 “원래 오후 1시 미팅하기로 했는데 차 이동 시간 때문에 그 시간에 미팅 못했다”며 “연락이 안 돼 4시간 이상을 차로 오고 하니까 인간적인 미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날 협상을 두 번 했다”고 했다.
또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에 대해 “다혈질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한 미국 애국자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장관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걸 다 던진다”라며 “내가 러트닉 장관을 이겨내지 않으면, 저 친구가 나를 리스펙 하게 못 만들면 협상이 안 되겠단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김 장관은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돌아갈 수도 있을 테고, 양국 관계가 안 좋은 상황이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어느 나라처럼 건드리거나 하면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저희 입장에서 이와 같은 투자나 프로젝트가 미국 만이 아니라 우리 기업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방향으로 관세 인하가 지속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