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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장. 학력과 경력이 비슷한 두 지원자가 있다. 한 사람은 호감형 외모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 둘 중 누가 뽑힐까? 안타깝게도 호감형 지원자가 뽑힐 확률이 훨씬 높다. 단순히 외모 때문일까? 아니다. 호감형 지원자가 실제로 면접을 더 잘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비슷한 조건의 두 사람 중 호감형 지원자가 면접을 더 잘 본 것일까? 그렇게 면접을 잘 본 지원자가 실제 직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낼까?
이는 단순한 외모 편견을 넘어, 면접이라는 제도가 과연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면접관은 객관적인 평가자가 아니라, 지원자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연출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의 외모와 인상이 면접관의 태도를 바꾸고, 그 태도가 다시 지원자의 면접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호감형 지원자가 합격하는 이유는 면접을 더 잘 보기 때문인데, 이는 지원자 본연의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면접관의 호의적인 태도가 빚어낸 ‘연출된 결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면접관은 호감이 가는 지원자에게 의자를 평균 10cm가량 더 가까이 두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면접 시간 역시 호감형 지원자에게는 평균 12분 46초를 쓴 반면에 덜 호감형인 지원자에게는 9분 25초를 썼다. 이처럼 면접관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 지원자에게 편안함과 자신감을 줘 면접 성과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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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외모나 표정 같은 시각적 단서를 통해 형성된 면접관의 호감과 높은 평가 점수는 실제 업무 역량이나 성과와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는 일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는다고 믿지만, 실상은 ‘일 잘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뽑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업무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 변수는 무엇일까? 지난 85년간의 산업심리학 연구를 종합한 결과는 명확하다. 바로 ‘일반 지능(General Mental Ability·GMA)’이다. 쉽게 말해, 똑똑한 사람이 일을 제일 잘한다는 뜻이다. GMA란 특정 지식이 아닌, 낯선 상황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를 구조화하며,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적응하는 총체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학점, 성격검사, 추천서, 비구조화된 면접 등은 예측력이 낮았지만 GMA는 복잡한 직무일수록 그 타당성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편견을 줄이려는 블라인드 면접조차 한계가 있다. 학력, 성적, 경력 같은 검증된 성취 정보를 지우면 그 빈자리를 외모, 말투, 인상 같은 본질적이지 않은 단서들이 채우기 쉽다. 여기서 말하는 외모란 ‘성실해 보이는 인상’이나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처럼 실제 성과와 무관한 이미지를 뜻한다. 오히려 출신 학교나 자격증이 외모나 즉흥적인 언변보다 미래 성과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데도, 블라인드 면접이 이 정보들을 지워버려 면접관이 오히려 더 편향적인 단서에 의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면접관의 의식 개선이나 교육만으로는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인지적 함정을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의 뿌리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실력 중심의 공정한 면접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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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채용은 그 사람이 얼마나 실력 ‘있어 보이는지’가 아니라 실제 ‘실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면접이 무대 위의 조명처럼 특정 지원자만 빛나게 하는 연출 공간이 되지 않도록, 평가 구조 자체를 객관화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채용을 위한 필수 장치다.
※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아티클 ‘우리는 면접에서 외모를 보는가, 실력을 보는가’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