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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계엄 위증혐의’ 구속… 국정원장 8번째, 수난사 되풀이

입력 | 2025-11-13 03:00:00

[특검 수사] 특검, 정치관여 금지 위반 등 적시
법원 “증거 인멸 우려” 영장 발부
趙, 북핵문제 정통한 외교관 출신
보수-진보 정권 넘나들며 요직 거쳐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내란 특검에 구속됐다.

조 전 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1999년 국가정보원이 출범한 이후 16명의 국정원장 중 조 전 원장이 8번째로 구속되며 국정원장 수난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전 원장이 기소되면 법정에 선 10번째 전직 국정원장이 된다.

● 法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조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2일 오전 5시 반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등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적 없다”며 위증을 한 혐의를 받는 만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핵심 관계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8월과 10월 각각 기각되며 주춤했던 내란 특검의 수사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특검은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직무유기,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에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게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는 등 국정원법에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선포 이전에 포고령 등 계엄 관련 문건을 보지 못했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위증이라고 봤다. 실제로 특검은 조 전 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오며 A4용지 문서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위증하고 허위로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정원 출범 후 8번째 정보수장 구속

조 전 원장은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북한의 1983년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의 사위다. 조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6자회담 한국 측 차석대표인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박근혜 정부에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차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내는 등 진보·보수 정부를 아우르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 전 원장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윤석열 정부 첫 주미 대사를 지내다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국가안보실장을 맡았고, 2024년 1월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범한 뒤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 1999년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간판을 바꿔 달았을 뿐, 국정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이 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모든 국정원장이 수사 대상이 되는 수난사가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4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으로 서훈, 박지원 전 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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