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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마지막 편지 “주가 변덕에 절망 말라”

입력 | 2025-11-12 03:00:00

95세 투자 귀재, 주주들에 서한
“당신 부고에 적힐 글 스스로 정하고
그에 걸맞은 인생을 살라” 조언도
주식 270만주 가족 자선재단에 기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며 투자의 귀재를 넘어 경영과 인생에 대한 철학을 전해 온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5·사진)이 10일(현지 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마지막 공개 서한에서 “조용히 물러나겠다(going quiet)”고 밝혔다. 매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주주 및 일반인들에게 편지를 통해 연례 감사 메시지를 전해 온 그는 “과거의 실수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그 실수로부터 조금이라도 배워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이날 버핏 회장은 “이제 행운의 여신보다 ‘시간의 신’이 나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며 균형감각, 시력, 청력, 기억력 등 모든 것이 감퇴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자신의 세 자녀인 수전, 하워드, 피터 역시 각각 72세, 70세, 67세로 일반적인 은퇴 연령을 훌쩍 넘겼다며 “자녀들이 운영하고 있는 3개 자선 재단에 나의 생전 기부 속도를 높여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버핏 회장은 의결권을 가진 A주 1800주를 일반주인 B주 270만 주로 전환해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을 딴 수전 톰프슨 버핏 재단을 비롯한 세 자녀의 자선 재단에 모두 기부했다. 그는 “앞으로도 버크셔는 ‘65세 은퇴’가 목표이거나, 과시형 부자가 되려 하거나, 가문의 부를 쌓으려는 사람을 최고경영자(CEO)로 두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일찌감치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부문 부회장(62)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투자에 관해서도 “주가가 변덕스럽게 움직이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미국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고 버크셔의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권고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누린 많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지도자와 부유층은 자신이 받을 몫 이상으로 행운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남자이기에 많은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고향이자 사실상 평생 거주하고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64년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지냈던 고 찰리 멍거 전 버크셔 부회장을 추억하며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살던 찰리를 비롯해 여러 버크셔 이사진을 오마하에서 (동네 친구로) 만날 수 있었다”며 “나, 세 자녀, 몇몇 손주도 모두 오마하에서 자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신의 부고에 어떤 내용이 실리길 바라는지 스스로 정하고 그에 걸맞은 인생을 살라”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부도 회장만큼이나 똑같은 인간임을 기억하라. 위대함은 막대한 돈이나 화려한 명성, 정치 권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고, 누군가를 돕는 친절함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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