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장비 갖추느라 급전 필요해 오픈채팅방 광고 보고 비대면 대출 1주 원리금이 원금 2배 달해 ‘눈덩이’ 극단선택까지 시도하다 경찰 신고 ‘최대 7만3000% 이자’ 13명 검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관에게 A 씨가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불법 대부업자에게 불법 추심과 협박에 밤낮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A 씨는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밝혔다.
그가 처음 불법 대부업자를 접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병원에 고가의 장비 등을 들여놓느라 큰돈을 쓴 터라 생활비가 빠듯했다. 우연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대출 안내 광고를 접하게 됐고, “소액 대출은 신용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라는 대부업체의 솔깃한 설명에 홀린 듯 대출을 신청했다.
광고 로드중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대출금이 연체되자 “당신 얼굴이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던데”라며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을 보내왔다. 협박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흉기로 해를 가할 것처럼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기도 했다.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는 말로도 압박했다. 자신의 병원에 추적이 불가한 인터넷 해외전화로 협박하고 전화번호를 바꾸어도 찾아내 괴롭혔다. 병원 납품업체에도 전화해 채무 사실을 알리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를 문 닫게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대출금 상환을 이유로 다시 대출을 실행했고, 이렇게 9차례에 걸쳐 2150만 원을 빌렸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 씨가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원금을 제외한 30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1년 안에 주고도 3000만 원이 넘는 이자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하루 200만 원이 넘는 연체 이자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고, 협박이 무서워 자살 시도까지 했다”라고 호소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광고 로드중
경찰은 올해 1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6개월 만인 7월부터 지난달까지 배 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 관계자는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거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비대면 대부업체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니, 소액이라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라며 “불법 채권추심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지원 등 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청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