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주택 부족에 정든 곳 떠나고 정부-지자체 재원마련 이견에 준공 이후 임대료 상승도 문제 2034년까지 16만채 재건축 앞둬… 정책공조 등 제도 보완 필요 지적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계5단지는 내년 7월 1336채 규모 재건축 본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99% 이주가 완료됐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하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이주 단지 부족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상지 인근에 비어 있는 임대주택이 부족해 세입자 일부는 차량으로 1시간가량 거리의 강남구 일원동 등 생활권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준공 때부터 이 단지에 거주했던 백남기 씨(78)는 “이주 단지 추첨은 기계로 진행했는데 먼 곳을 배정받은 사람은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계5단지처럼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에 도달하는 수도권 노후 공공임대는 2034년까지 16만 채가 넘는다. 하지만 첫 사례부터 이주 주택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준공 후 임대료 상승, 재원 마련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정책 공조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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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후 공공임대 중 재건축이 가장 빠른 곳은 하계5단지와 노원구 상계동 상계마들단지 등 2곳이다. 하계5단지는 이달 철거 준비를 시작해 내년 7월 착공을 앞뒀다. 1336채 규모로 조성하며 준공 예정 시기는 2029년 12월이다. 증가분인 696채는 모두 최대 84㎡ 장기전세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170채 규모 상계마들단지는 7월부터 철거 공사를 시작해 363채 규모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업은 진척되고 있지만 사업비 마련을 놓고 국토부와 서울시의 의견 차가 계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건설 기준에 따라 사업비 70%는 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빈 땅에 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을 할 때는 이주비, 철거비 등이 추가로 들어가 실제로는 사업비의 85%를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나라에서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일부 공공분양을 해서 사업비를 조달할 수도 있지만 주거복지 목적의 주택인 만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건축 후 임대료 상승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구임대에 거주하는 수급자 평균 임대료는 ㎡당 1487원이다. 하지만 영구임대는 과거에 만들어진 임대 제도로, 최근 변경된 기준대로 임대료를 산정하면 임대료가 ㎡당 6000원으로 약 4배 뛴다. SH 내 34개 임대단지 입주자 중 수급자 비중은 36.1%에 이른다.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 이들이 다시 입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토부는 “임대료를 할인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 임대주택을 이주용 주택으로 공유하는 등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같은 경우에도 세입자가 이주한 곳은 이주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입자 선호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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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