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네이처에 발표 녹은 암석-수소 만나 반응할 때 방출된 산소-수소 결합 물 생겨 기존 ‘스노라인 생성설’ 뒤집어
물은 행성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다. 해리슨 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원팀이 외계행성에서 암석과 수소의 반응만으로 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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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행성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다. 통상 태양처럼 뜨거운 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 같은 행성에서 물이 만들어지기 쉬운 것으로 여겨졌다.
해리슨 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원팀은 외계행성에서 암석과 수소의 반응만으로 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며 이 같은 통설을 뒤집었다.
2009년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외계에 지구보다 조금 크고 해왕성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외계행성(Sub-Neptune)’이 매우 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계행성은 크게 수소(H₂)가 많은 ‘건조한 행성’, 지구처럼 물로 둘러싸인 ‘습윤 행성’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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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구팀은 이런 통념에 의문을 가졌다. 행성이 스노라인 바깥에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안쪽에서부터 생겼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약 40만 기압, 3000∼4000켈빈(K)의 고온·고압 환경을 만든 뒤 고온·고압 환경에서 규산염, 철 등을 녹인 암석과 수소를 반응시켰다. 녹은 암석이 수소로 둘러싸여 있는 행성 형성 초기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다.
그 결과 수소가 규산염을 환원시켜 철-규소 합금과 수소화물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방출된 산소가 수소와 만나 물이 생성됐다. 최대 질량비 20%에 달하는 물이 만들어졌다. 행성 전체 물질의 질량 중 20%가 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저압력 환경에서 실험했던 것보다 물 생성 효율이 2000∼3000배 높았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이 구체적으로 계산한 결과 지구 질량의 5배, 수소 5% 대기층을 가진 행성의 경우 내부에서 18% 이상의 물이 생성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행성 내부의 대류가 활발할수록 물이 고르게 섞여 대기까지 확산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수소 대기가 사라지고 남은 물층이 응축돼 행성이 ‘습윤한 초지구형 행성(wet super-Earth)’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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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번에 재현한 물 생성 반응은 지구보다 질량이 큰 일부 외계행성에서 수십억 년 동안 일어날 것이라고 추측했다. 반응 속도는 이용 가능한 수소의 양, 핵-맨틀 경계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소가 풍부한 외계행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습윤 행성이 스노라인 바깥에서 형성돼 안쪽으로 이동해 왔을 것이라는 기존 행성이론을 뒤집는 결과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