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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금관 6점 첫 한자리서 전시… 온종일 긴장”

입력 | 2025-10-31 03:00:00

국립경주박물관 송창훈 방호관
“14년째 박물관 안전과 질서 책임
이렇게 많은 국빈 모신건 생애 처음
루브르 절도 보며 보안에 더욱 주의”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 열리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의 송창훈 주무관은 “일반 공개를 앞두고 동선 분리, 방호인력 추가 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어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이렇게 많은 국빈을 박물관에 모신 건 제 생애 처음입니다. 게다가 신라 금관 6점도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여 온종일 긴장되네요.”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의 안전과 질서를 14년째 책임지고 있는 송창훈 주무관(43)은 요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해외 정상들과 특급 VIP들이 대거 경주박물관을 찾았기 때문이다.

VIP들의 일거수일투족 및 경호 등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지만 송 주무관은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호관 업무도 보안상 공개하기 어렵다. 몇 시에 출퇴근하는지, 몇 명이 배치되는지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송 주무관에겐 27일부터 개막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역시 무게감이 남다르다. 일반 관람은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는데, 준비할 게 많다고 한다. 그는 “APEC이 끝나자마자 많은 인파가 몰릴 듯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타국에서 벌어졌지만, 최근 방호관을 긴장하게 만든 사건도 있었다. 이달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4인조 절도범이 침입해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다. 송 주무관은 “우리나라는 도난 우려가 비교적 덜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박물관이 혼잡할 때는 안전사고 등도 벌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송 주무관이 경주박물관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16년에 벌어졌다. 당시 엄청난 지진이 경주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2000년 역사를 품은 보물들이 놓인 진열장이 마구 흔들렸어요. 바깥에선 지붕 기와들이 깨지고 나뒹굴었죠. 기지국마저 마비돼 동료들과 휴대전화로 소통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게 ‘박물관 전용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발한 계기였습니다.”

박물관은 비교적 폐쇄적이고 복잡한 건물 구조인 데다 진열대 유리 등이 많아 신속 대응이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 경찰 등과의 협업 역시 최우선 과제다. 송 주무관은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을 만들어 다른 박물관 등에도 배포했다.



경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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