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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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기술을 넘어 하나의 문명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 구조를 바꾸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사회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기술 혁신을 넘어 지식의 생산과 활용 방식, 나아가 가치 창출의 판을 바꾸는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
진정한 AI 경쟁력은 모델 규모나 연산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를 사람과 공존하게 만드는 역량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선 기술 경쟁을 넘어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기술 자립과 데이터 주권을 둘러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른바 ‘소버린(Sovereign·주권) AI’ 경쟁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성 탈피의 관점을 넘어 자국의 언어와 문화, 데이터 주권, 가치관을 반영한 자립적이고 개방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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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우리의 AI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AI를 단순한 기술로만 접근한다면 우리는 글로벌 빅테크가 만든 생태계의 이용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편타당한 글로벌 맥락 위에 우리만의 고유한 언어와 데이터, 산업 노하우 등을 더한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소버린 AI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AI 인프라 강화와 생태계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데이터, 윤리, 인재 양성 등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AI 인프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 조성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AI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효율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징적 사례다.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역량과 통신 인프라, 창의적인 연구 인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의 승부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협력 구조에 달려 있다. 대학의 기초연구, 산업의 실행력,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맞물려 돌아갈 때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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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결정한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책임 있는 기술, 협력의 문화 위에서 AI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AI가 인간과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를, 그리고 이번 행사가 그 길의 새로운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