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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 쏟아지는데 인력 부족” 복지부 공무원 75% ‘정신건강 위험’[국감25시]

입력 | 2025-10-30 08:00:00

복지부 “인력 243명 증원 요청”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전경. 복지부 제공



매년 가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립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토록 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1년 농사’라 일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임하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국감의 속살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요즘 다 휴직을 갔거든요. 힘드니까 휴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휴직을 해서 사람이 너무 없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힘들어도 ‘본부에서 일을 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탈출하고 싶어요.”
국민의 몸과 마음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들이 정작 본인들의 정신건강을 보살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복지부는 5~10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과 함께 소속 공무원 47명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진단 심층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그 결과를 제출받았는데, 곳곳에서 심각한 위험신호가 감지됐습니다.

● ‘갈아넣기’와 ‘탈출’의 악순환

응답한 공무원들이 입을 모아 지목한 정신건강 악화 사유는 인력 부족과 그로 인한 업무 과중이었습니다. 한 응답자는 “코로나 때도 그랬고 큰 현안이 터지면 사람을 더 뽑거나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직원들한테 겸임 업무를 막 줘요. ‘일단 하고 봐’ 이런 식이죠. 저희끼리는 ‘직원을 갈아 넣는다’고 표현해요”라고 했습니다. 다른 직원도 “돌아가면서 차출이 되다 보니까 그냥 소진이 되는 거예요. 부품처럼…”이라고 했습니다.

복지부 직원들의 업무 과중은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백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부 소속 공무원 수는 860명으로 타 부처 평균 737명을 살짝 웃도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복지부가 한 해 다루는 예산은 122조 원 규모로 타 부처 평균(30조 원)의 4배에 이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생 고령화 추세와 복지 정책 강화로 복지부가 맡아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나는데, 추가 인력을 배정받기는 어렵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맡아야 할 업무 부담이 점점 커지고, 직원들의 소진도 심해진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와 의대 증원 논란 등 최근 몇 년 사이 복지부가 주무를 맡아야 하는 대형 현안이 연달아 터진 것도 업무량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업무가 과중되니 휴직 또는 퇴직을 하는 공무원이 늘고,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도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다른 부처로 ‘탈출’했다고 털어놓은 한 복지부 공무원은 연구진이 “선생님도 원하시느냐”고 묻자 “갈 수 있다면요”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응답자도 “힘들면 휴직하고 들어가는 거예요. 정말로 아파요. 정신적으로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누가 한 명 휴직을 한 뒤에 회사(복지부)를 그만둔다든지 이런 것들도 많아요”라고 했습니다. 백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부의 정원 대비 휴직자 비율은 17.4%로, 타 부처 평균 11.3%을 크게 웃도는 실정입니다.

동아일보 DB


● 복지부 “인력 243명 증원 요구할 것” 

복지부가 심층 면담과 함께 수행한 양적 연구(설문조사)에서도 직원들의 정신건강 위험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원 64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우울 △불안 △불면 △소진 등 4개 영역 중 최소 1개 이상에서 위험군에 해당되는 비율이 74.9%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업무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소방공무원의 위험군 해당 비율이 43.9%였던 것을 감안하면 복지부 공무원들의 정신건강이 훨씬 더 나쁜 것으로 풀이됩니다.

복지부는 14일 국정감사에서 백 의원으로부터 이 같은 직원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지적을 받고 “종합감사 전까지 조치사항을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복지부는 28일 백 의원에게 “행안부 등과 (인력 증원을) 협의하겠다”면서 “총 243명 증원을 요구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지역필수의료정책실 신설 △의료돌봄연계조정관 및 통합돌봄정책국 신설 등 조직 확대 계획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백종헌 의원실 제공

백 의원은 “2020년부터 복지위 활동을 하며 지켜본 결과, 복지부 직원들은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 의대 증원 등 본인 업무 외에도 기본적으로 몇 개 업무를 더 겸직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 지키는 사람들이다.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직접 앞장서서 복지부 증원과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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