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3분기 1.2% ‘깜짝 성장’… 소비 쿠폰-반도체 효과

입력 | 2025-10-29 03:00:00

한은 전망치 상회… 18개월새 최고
“4분기-0.1%넘으면 올1%대 가능”




28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결제가 가능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1.2% 성장하는데 소비쿠폰이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뉴시스

민생회복 소비 쿠폰 효과와 반도체 경기 호조에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1.2% 성장하며 예상치를 상회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 1%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1.2%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이 올해 8월 경제 전망 당시 내놨던 예상치(1.1%)를 0.1%포인트 웃돌았다.

3분기 GDP 상승을 이끈 동력은 9조 원가량 풀린 1차 소비쿠폰으로 분석됐다. 소비쿠폰 효과로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분기(1.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선방해 1.5% 상승했다. 기계·장비·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1.3% 늘어난 것도 내수 회복 흐름을 방증한다고 정부는 해석했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을 웃돌자 올해 연간 1%대 경제성장률 달성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4분기(10∼12월) 성장률이 ―0.1%보다 높게 나오면 연간 1%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애초 한은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0.9%에 머물 것이라고 봤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미중 및 한미 관세 협상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 단정하긴 어렵지만 1% 성장률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3분기 성장률 18개월새 최고… 소비쿠폰 반짝 효과, 지속 미지수


3분기 GDP 1.2% 깜짝 성장
1차 9조 소비쿠폰에 내수 살아나… 민간소비-서비스 각각 1.3% ‘껑충’
연간 성장률 1% 기대감 커졌지만… 산업발전 ‘마중물’ 돼야 지속 성장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한 것은 내수와 수출이 예상보다 선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여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공격’에 ‘제로 성장’ 우려가 커졌던 한국에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성장률 1%를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성장’이란 해석도 있다. 다음 달 소비쿠폰 지급이 종료된 뒤에도 민간 소비가 상승세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 실적도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민간 소비-반도체가 끌어올린 韓 경제

올해 3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1.3%로 2022년 3분기(1.3%)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있었던 비상계엄과 연초까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올해 1분기(1∼3월·―0.1%)에 바닥을 찍은 뒤 반등했다. 그 중심에는 올해 7월 21일부터 집행된 소비쿠폰이 있다. 1차에만 9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이 시중에 풀리면서 소비가 회복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가 살아나자 서비스업의 3분기 성장률도 1.3%로 직전 분기 대비 0.5%포인트 높아졌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28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3분기 민간 소비 증가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며 “1차 소비쿠폰이 음식점과 병원, 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되며 소비 증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미국발 관세 정책에도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선방해 GDP 성장에 기여했다.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5%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0% 증가했다. 올해 8월 7일부터 시행된 미국의 상호 관세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기업들의 선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9월에만 166억1000만 달러(약 24조 원)어치를 수출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3분기에 2.4% 늘었다. 자동차 수출도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고전한 대신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 등에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 “낙관은 일러… 산업 체력 높여야 지속 성장”

3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가 한은 예상치(1.1%)를 상회하자 연간 성장률 1%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8월만 해도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이 0.9%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1960년 이후 4차례뿐이다. 이를 놓고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3분기 깜짝 성장에 한은은 4분기(10∼12월) GDP가 ―0.1∼0.3% 범위로 성장한다면 연간 성장률 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가 살아나고, 투자도 늘고, 수출도 여러 상황 속에서 좋아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새 정부의 온전한 첫 경제성적표로 6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 효과가 없어진 뒤가 진짜 본게임”이라며 “소비쿠폰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성장률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소비쿠폰 집행은 미래 예산을 당겨 쓴 것이기 때문에 이 효과에만 취해 있으면 안 된다”며 “한국 산업의 체력을 키우는 작업도 같이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