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하나케어센터
하나금융공익재단 2009년 설립… 1인실 공간서 소규모 그룹 생활
시설보다 ‘내 집’에 가까운 구조
7개 유닛에 입주자 9~15명 구성… 장기요양기관 평가 3연속 A등급
“휠체어에서 침대까지도 혼자 이동하지 못했던 어르신인데 입소 후 많이 좋아지셨어요. 요즘은 자꾸 걸으시려 해서 오히려 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채규갑 원장이 양손을 연신 흔들며 인사하는 어르신의 인사에 화답하며 말했다.
하나금융공익재단은 2009년 남양주의 축령산 자락에 ‘하나케어센터’를 설립했다. 16년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은 은행권 최초의 요양원이자 국내 유닛형 요양시설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붉은 벽돌 외관의 3층 건물은 숲에 둘러싸여 있다. 건물 곳곳의 문을 나서면 곧바로 산책길로 이어진다.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옥상 형태의 자연 정원에서 계절마다 꽃과 나무를 가까이하며 지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밖에 나가 신체 활동을 하도록 전 직원이 함께 지원한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유닛 케어’ 시스템이다. 유닛 케어는 1인실 위주 공간에서 소규모 그룹이 생활하는 방식이다. 시설보다는 ‘집’에 가까운 구조로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케어센터는 총 7개의 유닛에 9∼15명의 입주자가 생활한다. 일본과 국내 유료 요양시설 등을 참고해 건축 설계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건물을 지었다. 건물은 위에서 보면 거북이 모양이다. 중심 건물에서 각 생활동이 날개처럼 뻗어 나간다. 건물 어디서나 창밖으로 숲이 보이고 채광도 풍부하다.
센터는 고려대학교 간호대학과 산학협력으로 설립됐다. 고려대 대학병원 수간호사 출신인 부원장(케어부장)이 근무하며 이 외에도 간호사 6명이 번갈아 365일 24시간 상주해 의료 공백을 없앴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등도 법적 기준보다 두 배 가까운 인력이 근무한다. 종사자가 많을수록 어르신의 안전과 케어의 질이 높아지므로 수익보다 나눔을 실천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하나금융공익재단의 지원 덕에 가능한 구조다.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긴 점도 눈에 띈다. 개원 당시부터 근무 중인 재활팀장을 비롯해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다수다. 정년은 60세지만 노동조합과 협의해 희망자는 64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채 원장은 “매일 얼굴을 마주한 요양보호사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매월 ‘사례 회의’를 열어 입주자의 생활 상태와 건강 변화를 점검한다. 논의가 필요한 입주자에 대해 각 전담 인력이 의견을 나눠 케어 방향을 조정하고 필요시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채 원장은 “어르신이 불편함 없이 지내시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세세히 살피는 과정”이라며 “어르신과 보호자, 직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돌봄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운영에도 정성이 느껴진다.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외부 전문 강사 등 프로그램 운영에 책정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엔 일본인 강사가 미술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입소자의 선호도를 기반으로 구성된 인지 훈련, 음악 활동, 가벼운 신체 운동 등이 주중에 이어진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안정된 운영 노하우로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3회 연속 A 등급을 받으며 서비스 품질을 인정받았다.
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