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어렵지 않다 심정지 후 10분 지나면 생명 위험 가슴 압박만 해도 생존 가능성 ‘업’ 가슴 중앙, 분당 100~120회 눌러야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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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낯설다. 위급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임에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폐소생술, 심장이 멈춘 순간의 첫 행동
심폐소생술은 심정지나 호흡 정지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에게 인공적으로 혈액순환과 호흡을 유지해 주는 응급처치다. 일반인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의 핵심은 ‘가슴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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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전문 지식이 없는데 내가 해도 될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지만 실제로 심정지 환자에게 가슴 압박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생존 가능성이 두세 배 높아진다. 119 구급대가 전화로 심폐소생술 방법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누구나 ‘첫 번째 구조자’가 될 수 있다.
평소 심폐소생술을 익혀두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한 손바닥을 환자의 가슴 한가운데(양쪽 젖꼭지 사이)에 두고 다른 손을 그 위에 겹친다. 팔을 곧게 펴고 상체의 힘으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깊이는 약 5㎝, 속도는 분당 100∼120회 정도로 유지한다. 가능하면 30회의 가슴 압박 후 2회의 인공호흡을 시행하되 호흡이 어렵다면 압박만 지속해도 된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이지숙 교수는 “의학적으로 완벽한 심폐소생술보다 중요한 것은 ‘즉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당황하거나 자신이 없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불완전한 심폐소생술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자동심장충격기,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전기
자동심장충격기는 심정지 환자의 부정맥을 전기 충격으로 바로잡는 장비다. 심장이 완전히 멈추기 전 ‘심실세동’ 상태일 때 가장 효과적이며 전류를 통해 심장의 전기적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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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심장충격기는 구조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음성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면 된다. 단 습기가 있는 곳이나 금속 바닥 위에서는 감전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주변을 확인해야 한다.
응급처치, 나와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0년 1.9%에서 2023년 28%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평균인 60% 이상에는 못 미친다.
심정지 발생 후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생존율은 3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나 공연, 체육 행사 등에서는 군중 밀집에 따른 질식·압박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119 도착까지 평균 7∼8분이 걸리는 현실에서 주변 사람의 신속한 판단과 행동이 곧 생명선이 된다.
이 교수는 “심정지 상황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다”며 “학교, 직장, 지역 커뮤니티에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까운 자동심장충격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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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대한심폐소생협회 제공
② 한 손바닥을 환자의 가슴 한가운데(양쪽 젖꼭지 사이)에 두고 다른 손을 그 위에 겹친다.
③ 팔을 곧게 펴고 상체의 힘으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④ 깊이는 약 5㎝, 속도는 분당 100∼ 120회 정도로 유지한다.
⑤ 가능하면 30회의 가슴 압박 후 2회의 인공호흡을 시행하되 호흡이 어렵다면 압박만 지속해도 된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① 전원을 켜면 음성 안내가 시작된다.
② 환자의 옷을 벗기고 전극 패드를 가슴 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에 부착한다.
③ 기기가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분석하고 필요시 ‘충격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안내가 나온다.
④ 충격을 가할 때는 주변 사람이 환자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⑤ 이후 즉시 가슴 압박을 재개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