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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2살 딸 지키려던 30대 여성 전동킥보드에 치여 중태…매년 1명꼴로 목숨 잃어

입력 | 2025-10-27 11:04:00


26일 인천 부평구의 한 인도에 마련된 전동킥보드 주차 구역에 공유 전동킥보드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최근 인천에서 중학생 2명이 타고 있던 전동킥보드에 30대 여성이 치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성은 달려오던 전동킥보드로부터 2살 딸을 지키려다 사고를 당해 1주일이 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인천에서 전동킥보드 사고로 매년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전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7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18일 오후 4시 37분경 연수구 송도동의 한 인도에서 30대 여성이 중학생 2명이 타고 있던 전동킥보드에 치였다.

여성은 당시 2살 딸을 위해 편의점에서 솜사탕 과자를 사서 나오던 중이었다. 그때 인도에서 중학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딸에게 달려들자, 그는 몸으로 딸을 감싸며 막아섰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는 그대로 여성을 들이받았고, 여성은 넘어지며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1주일 넘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생들은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는 16세 이상으로 원동기 면허나 자동차 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운행할 수 있다. 즉, 16세 미만은 원칙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은 1인 탑승 원칙과 안전모 착용 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이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전동킥보드 사고로 매년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인천 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총 5명이다. 2020년 2명을 시작으로 2021년, 2023년, 지난해 각각 1명씩 숨졌다.

전체 사고 건수도 2020년 27건에서 2021년 60건, 2022년 74건으로 늘었고, 최근 3년간은 매년 7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부상자 수도 2022년 이후 매년 70~80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특히 전동킥보드의 무면허 운전이 심각하다. 인천경찰이 적발한 개인형 이동장치 무면허 운행 건수는 2022년 1600여 건, 2023년 2200여 건, 지난해 1500여 건에 달했다. 경찰에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무면허 운전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 무법자’로 불릴 만큼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규제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행법은 면허 소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여 사업자의 면허 확인 절차는 의무가 아니어서 면허가 없어도 전동킥보드를 쉽게 빌릴 수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상당수가 청소년 등 젊은층인 만큼, 운행 인증 체계 강화가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정부는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안전 규제 중심으로 갈지, 활성화 중심으로 갈지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고, 지자체도 안전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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