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골프에 대한 충격을 겪은 뒤 김혜동 프로를 찾아갔던 이율린은 ‘하프(반) 스윙’과 다소 우스꽝스러운 준비 동작 등을 묵묵히 따라 결국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첫 승을 이뤄냈다. KLPGA투어 제공
19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우승한 이율린(23)은 자기 코치인 김혜동 프로에게 “하프(반) 스윙만 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율린은 통산 10승의 박지영(29)과 5차 연장 승부 끝에 깜짝 데뷔 첫 승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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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린은 “골프가 아예 망가져 있다고 생각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란 생각이었다”며 “원래 누구 소개를 받고 코치를 바꾸거나 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때는 뭐라도 해봐야 할 것 같아 소속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철 상무가 김혜동 코치님에게 말을 해줘 다음날 바로 찾아갔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38야드인 ‘단타자’ 이율린에게 반 스윙을 하라고 가장 먼저 주문했다. 또 엉거주춤 앉는듯한 준비 동작도 이율린에게 지시했다. 대회장에서 갤러리들마저 웃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이율린은 묵묵히 김 코치의 주문을 따랐다.
김 코치는 “율린이가 처음 왔을 때 공 2박스를 가지고 나가도 18홀 동안 다 잃어버려 라운드를 돌 수 없을 정도로 ‘아웃 오브 바운드(OB)’가 많이 났다. 공을 제대로 맞히지를 못해서 말 그대로 ‘똑딱이’부터 시키기 위해 대회장에서 스윙 크기를 줄이라고 한 것”이라며 “또 율린이가 다운스윙 때 몸이 굉장히 빨라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율린이에게 리듬 템포를 인지시켜 주기 위해 율린이한테 맞춤형 준비 동작을 지시한 것이다. 이 부분이 율린이한테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골프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상금 순위 64위로 시드를 잃었지만 이율린은 김 코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따라갔다. 이율린은 “사실 나는 준비 자세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우승한 뒤 주변에서 말해 생각해 보니 약간 이상한 것도 같더라”면서 “이상한 걸 떠나 이 덕분에 스윙 리듬이 돌아오고 ‘스위트 스폿’에 공을 맞히게 되면서 방향성이 정말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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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골프에 대한 충격을 겪은 뒤 김혜동 프로를 찾아갔던 이율린은 ‘하프(반) 스윙’과 다소 우스꽝스러운 준비 동작 등을 묵묵히 따라 결국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첫 승을 이뤄냈다. KLPGA투어 제공
이율린은 “지난주도 우승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내가 하려고 한 스윙을 하면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며 “이번 주도 지난주처럼 내가 하려고 한 스윙을 해서 수준 높은 골프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