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170만원 낸 매수자, 돌연 매수 포기하기도 “마음 아파 밭은 못 갈아엎어…이젠 하늘의 뜻”
1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만난 최영회 씨(67)가 자신의 배추밭에서 무름병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2025.10.17./뉴스1
“30년 배추 농사를 지어왔는데 무름병이 이렇게 확산한 적은 처음입니다. 브로콜리는 밭도 갈아엎었어요.”
지난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만난 최영회 씨(67)는 자신의 배추밭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평소라면 한창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지만 긴 가을장마로 무름병이 확산하면서 배추 농사를 모두 망쳤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1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만난 최영회 씨가 무름병이 확산한 자신의 배추밭을 바라보고 있다.2025.10.17./뉴스1
상품 가치 하락에 따라 배추 2000포기를 사겠다며 계약금 170만 원까지 걸었던 매수자로부터 이날 돌연 매수를 포기한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최 씨는 “8월에 오라는 비는 안 오고 뙤약볕만 내려서 스프링클러까지 켜서 살려놨는데, 9월부터는 비가 계속 내려 이 지경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만난 최영회 씨가 자신의 배추밭에서 무름병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2025.10.17./뉴스1
광고 로드중
브로콜리도 무름병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최 씨는 전날 트랙터로 브로콜리 밭도 갈아엎었다. 판매했다면 1억 5000만~2억 원 상당이다.
매수 포기 사태까지 발생했지만 최 씨는 배추밭에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무름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도 읍내에서 농약 160만 원어치를 사 왔다.
하지만 농약을 쳐도 비가 더 이상 오지 않고 일조량이 충분해야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씨는 “배추마저 갈아엎기는 마음이 아파서 약을 쳐서라도 어떻게든 살려내려고 한다. 다행히 다음 주부터 비 소식이 없어서 이제 하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광고 로드중
앞서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청주지역에는 27일간 344㎜의 비가 내렸다.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