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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수갑, 대부분 2030男… 캄 감옥서 韓경찰서로

입력 | 2025-10-18 08:37:00

오전 8시 37분경 전세기 인천 도착
대학생 고문살해 파장 확산 보름만
단일 국가 역대 최대 송환작전 종료
차량 23대 나눠 압송, 관할 경찰 조사
대부분 피싱-스캠 가담자… 처벌 수순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2025.10.18.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 단속에 적발돼 현지 유치장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경찰은 이들을 나눠 관할 경찰서로 이송한 뒤 조사할 예정이다. 스캠이나 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들인만큼 국내법에 따라 기소,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송환자 64명은 이날 오전 9시 55분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가 달린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연령대는 20, 30대 남성층이 대부분으로 보였다. 일부는 반팔·반바지 아래로 전신을 덮은 문신이 보이기도 했다. 이들 양 옆에는 경찰이 2인 1조로 붙어 도주하지 못하도록 팔짱을 낀 채 압송했다.

이들은 취재진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고성을 지르며 달려들다가 경찰에 제지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입국 게이트에는 송환 대상자를 맞이하러 나온 가족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2025.10.18.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들을 태운 대한항공 KE9689편은 이날 오전 8시 37분쯤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송환자 중에는 여권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입국 수속에 1시간 이상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호송차 23대에 이들을 분산한 뒤 관할 경찰서로 호송했다. 경찰에 따르면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청 15명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경기남부청 김포경찰서 1명 △강원 원주경찰서 1명이다. 경찰은 이들을 이송하는 대로 범죄 혐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웬치(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는 인터폴(국제형사 경찰기구) 적색수배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범죄자들을 해외에서 전세기로 집단 송환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달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의자 49명이 한 번에 돌아온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송환 작전이다. 전 세계에서도 단일국가 기준 가장 큰 송환 사례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2025.10.18.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 8월 캄보디아에서 감금·고문 끝에 대학생 박모 씨가 숨진 사실이 이달 9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신고는 3년 전 1건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이에 외교부는 10일 오후 9시부로 기존 2단계 ‘여행자제’ 발령 지역인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2.5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 청년이 취업 사기나 감금 등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외교부에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정부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훈 마넷(Hun Manet) 캄보디아 총리와의 면담에서 정부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캄보디아 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협조를 요청했다. 또 ‘한-캄보디아 스캠 범죄 합동대응 TF’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캄보디아 내 구금되어 있는 한국인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현지 유치장에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이민청에서 태초국제공항으로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2025.10.18. 뉴스1

캄보디아 경찰은 앞서 17일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59명을 추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캄보디아의 협의 끝에 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송환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스스로 신고해 구출된 5명이 추가돼 최종 64명이 송환 대상이 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세기 투입을 결정했고, 전세기는 17일 오후 7시 26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해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했다.

구금 중이던 이들은 대형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프놈펜 인근 테초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수속 절차를 생략하고 보안시설로 들어가 곧바로 전세기에 탔다. 경찰은 이들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곧바로 기내에서 체포했다. 전세기에서는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이 포크·나이프 등 날카로운 식기류를 흉기로 사용할 수 있어 아예 식기류가 필요 없는 음식이 제공된 것이다.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 급파된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은 캄보디아 의회를 만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범죄 단지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대책단은 18일 인천공항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 경찰과 함께 공조해서 수사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캄보디아 정부와 의회에 코리아데스크 설치를 강력 요청했다”며 “상원·하원 의회와 정부에서도 그렇게 하겠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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