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민주당 대표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04 도쿄(일본)=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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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집권 자민당 총재가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연정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26년 만에 공명당과의 연립이 붕괴되며 정치적 위기에 몰렸지만 새 연정으로 가는 길을 터 가며 차기 총리에도 한발짝 더 다가서는 분위기다. 자민당이 우익 성향이 강한 일본유신회와 최종적으로 연정을 구성하면 차기 정권이 더욱 보수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50) 일본유신회 대표는 15일 저녁 국회에서 약 1시간 동안 연정 관련 협의를 가졌다. 회담 뒤 다카이치 총재는 “기본 정책은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시무라 대표 역시 “공통점이 많이 있다”며 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당은 16일부터 구체적인 정책 협의에 나선 뒤 연정 여부를 결정한다. 21일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요시무라 대표는 “내주 월요일(20일)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맞아들어가는 상황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장 총리 지명이 급한데 이를 사실상 결정짓는 중의원에서 일본유신회(35석)는 기존의 연정 대상이던 공명당(24석)보다 9석이 많다. 자민당(196석)이 일본유신회와 협력하면 과반에 2석 모자라는 231석으로 다카이치 총리 취임이 유력하다. 1차 투표에선 과반수가 필요하지만 최종 결선 투표에선 다수 득표자가 총리가 된다. 반면 야권에선 입헌민주당(148석)과 국민민주당(27석)이 손을 잡고, 여기에 공명당까지 합해도 199석에 그친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 정책 양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자민당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우리 쪽이 머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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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일본유신회가 차기 연립 정권을 구성하면 보수색은 한층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유신회의 전신은 2010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부 지사가 만든 ‘오사카유신회’로 보수성향 유권자가 많은 오사카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시모토는 일본유신회 대표 시절 “위안부는 필요했다”거나 “폭행‧협박을 당해 끌려간 증거는 없다”는 망언을 일삼았다. 현재 요시무라 대표는 올 8월 유튜브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의원이라면 당연하다. 나도 참배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2017년 오사카시장 시절에는 자매도시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원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자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거절당하자 자매결연 파기를 통보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