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퇴임 NCCK 김종생 총무 ‘강성 시민단체’로 인식 아쉬워 교회 협의체 정체성 복원하고파 임기 중 12·3 비상계엄 아찔해… 불의에 저항하는 게 교회 의무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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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사회적 약자 옆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지요.”
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13일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등 29개 단체가 모인 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협의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면, NCCK는 진보 기독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2023년 8월에 2년여의 잔여 임기를 맡은 김 총무는 포용과 화합의 지도력으로 위기의 NCCK를 순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임기 중 NCCK를 다시 ‘교회 협의체’ 본연의 자리로 복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NCCK가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민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해 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교회 협의체라기보다 ‘강성 시민단체(NGO)’처럼 인식된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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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임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NCCK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불의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교회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교분리라는 말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은 김 총무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피해자다. 그는 20대 시절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이른바 ‘한울회 사건’이다. 공부 도중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얘기한 걸 신군부가 국가 전복 음모로 몰았다. 김 총무 자신도 어느새 서열 2위의 수괴가 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한국 교회가 과거처럼 사회의 등불이자 지남차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거의 한국 교회는 교육·복지·의료·여성 인권 향상 및 민주화운동 등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모범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기득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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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국 교회의 지도자 계층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목사나 여성 지도자 배출에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지요.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면 어떻게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