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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약자 옆에 서야… 그리고 사회보다 앞서 걸어야”

입력 | 2025-10-15 03:00:00

내달 퇴임 NCCK 김종생 총무
‘강성 시민단체’로 인식 아쉬워
교회 협의체 정체성 복원하고파
임기 중 12·3 비상계엄 아찔해… 불의에 저항하는 게 교회 의무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사회적 약자 옆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지요.”

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13일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등 29개 단체가 모인 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협의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면, NCCK는 진보 기독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2023년 8월에 2년여의 잔여 임기를 맡은 김 총무는 포용과 화합의 지도력으로 위기의 NCCK를 순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임기 중 NCCK를 다시 ‘교회 협의체’ 본연의 자리로 복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NCCK가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민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해 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교회 협의체라기보다 ‘강성 시민단체(NGO)’처럼 인식된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총무는 “NCCK의 사회운동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소수 정예에 의한 선언이나 거리 시위 방식이 아니라, 교회 내 대중의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며 “먼저 NCCK부터 획일적으로 의제와 방식을 내려보내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오가는 ‘플랫폼형 협의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임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NCCK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불의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교회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교분리라는 말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은 김 총무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피해자다. 그는 20대 시절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이른바 ‘한울회 사건’이다. 공부 도중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얘기한 걸 신군부가 국가 전복 음모로 몰았다. 김 총무 자신도 어느새 서열 2위의 수괴가 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한국 교회가 과거처럼 사회의 등불이자 지남차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거의 한국 교회는 교육·복지·의료·여성 인권 향상 및 민주화운동 등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모범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기득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김 총무는 교회가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의 잘못된 문화와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국 교회의 지도자 계층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목사나 여성 지도자 배출에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지요.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면 어떻게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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