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국감, 첫날부터 충돌 추미애 “증인 아닌 참고인” 이석 불허… 與 의원들 ‘한덕수 회동 의혹’ 등 제기 曺 “법관에 증언 요구 삼권분립 위배”… 90분 질의에 한마디도 안한 뒤 떠나 국힘 “대법원장 감금해 진술 압박”
국감 출석한 대법원장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가운데)이 눈을 감은 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고 인사말 뒤에는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낸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막고 질의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에 대한 질의와 대선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엔 답변하지 않은 뒤 국감이 끝나기 직전 마무리 발언에서 이 대통령 사건 관련해 “사적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해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사건과 한 전 총리 회동설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13일 조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하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석을 허락하지 않은 채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질의를 강행하도록 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인사말에 앞서 “관례라는 말을 책임을 회피할 방패로 삼지 말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감금해 진술을 압박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추 위원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으로 전환해 질의를 강행한 것을 두고도 절차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채택된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규정은 없고, 상임위원장이 증인을 참고인으로 전환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석이 비어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에서 제기한 대선 전 한 전 총리 등과의 회동설에 대해서도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마무리 발언 직후 추 위원장이 다시 질의를 재개하려고 하면서 여야간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 대법원장은 비겁하고 오만했다”며 “대법원장의 신뢰,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스스로 자격 상실당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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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조 대법원장이 자리에 앉아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 질의가 끝나자 마무리 발언에 나서 민주당 의원들이 제기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설 등에 대해 직접 부인하고 나섰다.
● 秋 “책임 회피”에 曺 “삼권분립” 강조
아수라장 국감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이석을 요구하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위원장 논리대로 한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국감에 나와야 되고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도 나와야 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 나 의원, 신동욱 곽규택 의원.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하지만 추 위원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인’이라는 취지로 질의를 강행하자 국민의힘에선 “말도 안 된다”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13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청하고 있다. 옆자리의 조희대 대법원장이 눈을 감은 채 이를 듣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항의하자 추 위원장은 “조용히 하라” “초등학생이냐” “경위는 위원장석을 확보해 달라”면서 “질의는 계속하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과정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났다는 이른바 ‘4인 회동설’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전현희 의원은 “이번 이 대통령 사건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상 최단 기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박균택 의원은 “제1 야당 후보의 사건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군사작전 속도로 처리했다”고 했다. 서영교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윤석열과 만난 적 있나”라며 “답변 못 하나. 그러면 한덕수와 만난 적 있나”라고 했다.
● 국감장 복귀해 ‘한덕수 회동설’ 직접 반박한 대법원장
‘조요토미’ 팻말 등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모습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조 대법원장은 의원들이 질의를 모두 마친 오후 11시40분경 마무리 발언을 위해 국감장으로 돌아왔다. 조 대법원장은 한 전 총리와의 회동설에 대해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파기 환송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했다.
13일 조 대법원장이 법사위 국정감사 정회가 선언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발언대로 나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조 대법원장이 마무리 발언을 마치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책임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질의해 국민의힘이 반발했다. 추 위원장은 “어디서 삿대질이고 행패냐”고 언성을 높인뒤 직접 “사건 기록을 언제 봤나”, “대법원장실로 언제 가져갔나”고 물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