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공포] ‘캄보디아 실종신고’ 전국서 쏟아져 “수영강사 채용” “코인센터 알바”… 여권 뺏기고 범죄단지 ‘웬치’ 끌려가 숨진 대학생, 학교선배가 출국 유인… 중국인 조직→한국내 모집책 구조
지난해 6월경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도시의 한 웬치(범죄단지)에서 조직원들이 담장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주로 중국계 자본으로 조성된 웬치들은 한국 청년들이 납치·감금되는 주요 현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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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손가락이 잘렸다’며 사진을 보냈어요. 납치당한 것 같아요.”
올 3월 전북에서 접수된 이 사건은 전국 각지로 번진 ‘캄보디아 실종 신고’의 신호탄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청년들이 현지로 향했다가 감금·폭행을 당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모집책이 이들을 유인해 중국계 조직에 넘기고 범죄 수익을 빼돌리면, 남겨진 피해자들은 ‘하청 구조’의 끝단에서 고문과 협박의 표적이 되는 구조다.
● 출국 후 연락 두절… 건물서 뛰어내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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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확인된 피해 신고는 최소 34건. 경찰은 실종자로 등록하고 외교부와 주캄보디아 대사관, 국제경찰기구(인터폴)와 공조 수사를 벌이는 한편, SNS에 올라오는 ‘해외 고수익 채용’ 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 “숨진 대학생, 국내 모집책이 돈 빼돌려 고문당해”
‘韓대학생 살인 관여’ 中 피의자 3명 머그샷 캄보디아에서 납치돼 고문을 받고 살해당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22) 살인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리신펑(32), 주런저(43), 류하오싱 씨(29) 등 중국인 피의자 3명이 나란히 머그샷(범죄자 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X
조직은 박 씨의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을 입금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돈이 사라졌다. 경찰은 홍 씨 등 국내 모집책 일당이 미리 알아둔 계좌 비밀번호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 박 씨에 대한 중국인 조직의 폭행과 고문이 격해졌다. 박 씨가 가족에게 “사고를 쳤다”며 협박 전화를 걸어온 것도 이 시기였다. 경북경찰청은 홍 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는 한편, 국내 모집책이 현지 중국인 조직에 통장과 인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이런 범죄의 배경으로 중국계 거대 조직과 한국인 모집책의 ‘원·하청 구조’를 지목한다. 중국 조직이 현지 자금과 거점을 제공하고, 한국 내 모집책이 SNS를 통해 인력을 유인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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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관에서 영사 업무를 지원했던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를 유인하는 중간 매개체가 같은 한국인으로 구성된 경우 언어적·문화적 유사성을 악용해 피해자 접촉이 쉽다”며 “대규모 인력 투입을 통해 현지 첩보 수집과 내부고발 등을 종합 분석하고 조직을 일망타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음성=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