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시설 3분의2, 경찰 급습이후에도 운영 지속 부패한 정부가 범죄조직 뒷배…감금-착취 근절 안돼
지난해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됐다가 탈출한 정민수(가명) 씨가 직접 촬영한 캄보디아 ‘웬치(범죄 단지)’ 내부 사진.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독자 제공
해외 체류 한국인의 귀국을 지원하는 단체인 한인구조단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22년 하반기부터 캄보디아 한인회 등과 협력해 취업 사기를 당한 뒤 현지에 감금된 20, 30대 청년층을 구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인구조단 관계자는 “월 최대 20~30건의 구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납치·고문·살인으로 이어지는 중범죄에 현지 정부 대신 민간단체가 나서야 하는 배경 역시 캄보디아 정부의 부패 때문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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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120억 원 규모의 피싱 범죄를 저질러 2월 현지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 강모(31) 씨 부부는 6월께 현지 경찰에 6000만~7000만 원의 뇌물을 건네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 법무부가 수사관을 급파해 재검거를 요청했고, 이들은 7월 다시 체포됐다.
미국 국무부는 올해 초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고위 정부 관료와 자문위원들이 사기 행위가 이루어지는 시설과 부동산을 사유화해 재정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사기시설 운영자나 소유주를 단 한 명도 체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검사와 판사들은 기소기각·무죄판결·감형을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도 7월 보고서에서 “확인된 사기시설의 3분의 2 이상이 경찰 급습 이후에도 운영을 지속했다”고 비판했다. 한 생존자는 보고서에서 “경찰이 조직의 부역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해도 결국 우두머리에게 전달된다”고 증언했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급증세는 중국발 ‘일대일로(一帶一路)’ 투자 이후 형성된 범죄 인프라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대규모 자본이 캄보디아로 유입되며, 시아누크빌 등 특별경제구역(SEZ)에 카지노·호텔·리조트가 속속 건설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범죄 네트워크가 경제특구에 유입돼 온라인 도박 산업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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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