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가는 가을, 긴 추석 연휴가 남긴 여운을 달래줄 축제가 충북의 두 고장에서 펼쳐진다. 청주에서는 세종대왕이 눈병을 고쳤다는 전설의 ‘초정약수’가, 보은에서는 당도 30브릭스(Brix·1브릭스는 100g의 물에 1g의 설탕이 녹아 있는 것만큼 달다는 의미)를 넘나드는 ‘명품 대추’가 주인공이다. 역사와 미각, 그리고 흥겨운 볼거리로 채워진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와 ‘보은대추축제’가 이번 주말, 충북의 가을을 가장 풍성하게 물들일 예정이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사전 행사로 11일 열린 어가행렬 퍼레이드 모습. 어가행렬은 18일에도 초정행궁 일원에서 재현된다. 청주시 제공
세계 3대 광천수(鑛泉水)로 꼽히는 초정약수가 있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서 17~19일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이곳에 행궁(行宮·임금이 거둥할 때 묵었던 별궁)을 짓고 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에 따라 마련됐다.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세종 26년(1444년) 2차례에 걸쳐 초정약수 인근에 행궁을 짓고 121일간 머물며 눈병을 치료했다. 세조 역시 이곳 약수로 피부병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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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약수는 지하 100m 석회암층에서 솟아나며 톡 쏘는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밥이 푸른빛을 띠며 유난히 차지고 맛도 좋다. 또 탄산수로 채워진 목욕탕에 몸을 담그면 특유의 청량감이 온몸을 자극한다. 몇 분이 지나 온몸에 탄산 기포가 가득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면 간지러우면서도 시원한 자극이 느껴진다. 민간에서도 예부터 7, 8월 한여름에 약효가 제일 좋다고 해 복날과 백중날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목욕하며 더위를 식혔다.
● 대추도 과일이다
당도가 30브릭스를 넘나드는 명품 대추를 맛볼 수 있는 보은대추축제가 17~26일 보은읍 뱃들공원과 보청천 일원에서 열린다.
보은대추축제 현장을 찾으면 최고 품질의 대추를 시중보다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보은군 제공
보은대추축제 기간 소 힘겨루기 대회가 열린다. 소 힘겨루기 대회는 동물보호법 및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전국 11개 지자체에서만 개최할 수 있다. 중부권에서는 보은이 유일하게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때 모습. 보은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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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추의 10%가 생산되는 보은은 경북 경산과 함께 국내 최대 대추 생산지다. 올해 기준 1258농가가 640㏊(헥타르)에서 대추를 재배한다. 올 예상 생산량은 1982t으로 지난해(1564t)와 2023년(994t)보다 크게 늘었다. 개화 시기(6, 7월) 짧은 장마와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결실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군은 분석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