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요구하는 수업 들어야 유리 희망 과목 개설된 학교 가서 수업 대중교통 이용땐 평균 54분 걸려 “실시간 온라인 수업 등 대안 마련을”
올해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 고교학점제의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입시에 필요한 선택과목을 듣기 위해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수업을 듣기 위해 택시로 왕복 1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교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탓에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금전적, 체력적 손실도 적지 않다.
● 학교 간 이동수업, 버스로 1시간 걸리기도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12일 제출한 ‘고교학점제 학생 이동 및 예산 지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2학기 기준 공동교육 과정 중 학교 간 이동수업을 듣는 학생은 전국 1만93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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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지하철 이용 시 다른 학교 이동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역은 부산이었다. 평균 1시간 15분이 소요됐다. 충북은 도보 이동 시 평균 45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의 학교 간 이동수업 참여 학생 492명 중 86명은 택시를 이용했는데, 이들은 평균 53분이 걸렸다.
학생들이 시간을 들여 다른 학교까지 가서 수업받는 이유는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선택해야 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일반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미대 입시에 필요한 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다니는 학교에 개설되지 않아 왕복 1시간이 걸리는 학교에 간다”며 “내신성적 관리 시간이 줄었지만,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도 염두에 두고 있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동영상 강의, 설치 과목 확대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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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많고, 이동 중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 있어 장기적으로 고교학점제 시행 취지에 맞게 학생들의 수요에 따른 과목 개설을 늘리고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학생 수가 적은 지방 고교일수록 학교 간 거리가 멀어 학생이 이동에 허비하는 시간이 늘어나 학교 간 이동수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간 이동수업을 대체하는 등 공동교육 과정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