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 제작한 뒤 현장서 조립 방식 공정 70% 이상 공장서 이뤄지지만 발주 공기관 “착공 돼야 지급” 입장 자금력 부족한 모듈러 업체들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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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건축 기술을 보유한 A업체는 최근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물을 공사하다 대금 지급을 둘러싸고 발주 기관과 협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공정 특성상 실제 현장 착공은 전체 공사 기간 중 70% 이상이 지나야 이뤄진다. 그런데 해당 기관에서 현장에서 작업을 시작해야 중간 공사대금을 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A업체 관계자는 “발주 기관에 모듈러 건축에 대한 대금 지급 기준이 없다 보니 일반 공사처럼 현장에 자재를 설치해야 대금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협의 끝에 일부 공정은 현장 설치 전에 정산받을 수 있었지만 자금이 부족해 계획보다 현장 설치를 서둘러야 했다.
9·7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가 제시되는 등 모듈러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사 대금 지급 시기 등 관련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건설업 ‘돌파구’로 주목받는 신기술이 관련 제도 정비가 늦어지는 탓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공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이 따르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과 행정규칙에 따라 공사대금이 지급된다. 감리나 감독관이 검사해 공사가 완료됐다고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만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통상 건설현장에서 이를 확인한다. 모듈러 건축도 원칙적으로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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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계약법 등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장 공사가 끝나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 외에도 선금 등 다른 지급 방식이 있지만 기존 법을 모듈러 건축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아직 계약 사례가 적고 발주 형식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주처 역시 관련 규정이 없어 기존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모듈러 사업을 발주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모듈러 사업에 대한 공사비 지급 매뉴얼이 없는 상태라 현장 여건이나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완성품 없이 대금을 지급하는 건 발주처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모듈러 업체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 모듈러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사업도 중간 대금을 받지 못하면 자체 자금으로 버틸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 한계”라며 “최근 자잿값과 인건비가 올라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 사업에서 중간 대금을 받지 못하는 동안 다른 건축 사업으로 얻은 공사비로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모듈러 건축 시장이 작아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태”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OSC(탈현장 공법)·모듈러특별법에 대금 지급 기준이나 발주 방식 등의 내용을 포함해 현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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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건축
벽, 배관, 욕실 등 자재와 부품이 조립된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한 후 조립하는 건설 기술
벽, 배관, 욕실 등 자재와 부품이 조립된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운반한 후 조립하는 건설 기술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