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기준금리보다 낮은 건 14%… 올 8월엔 정기예금 43%가 밑돌아 ‘예금 금리 빨리, 대출 금리 천천히’ 李대통령 ‘은행 이자 장사’ 비판에도 예대마진 격차 1%P 넘게 벌어져
광고 로드중
은행들이 최근 내놓은 신규 정기예금 10개 중 4개는 기준금리에 못 미치는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장사’ 비판에도 기준금리 인하기에 은행권은 예금금리는 빨리, 대출금리는 천천히 낮춰 예대금리 격차가 1%포인트 넘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8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 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이 새로 취급한 정기예금 가운데 42.9%는 기준금리(2.5%)를 하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2.0% 이상∼2.5% 미만이 40.5% △1.5% 이상∼2.0% 미만이 2.3% △1.0% 이상∼1.5% 미만이 0.1%이다. 정기예금 비중이 가장 큰 구간은 2.5% 이상∼3.0% 미만(56.6%)이었다.
반면 기준금리가 3.0%였던 작년 12월에는 대부분(85.9%)이 기준금리를 상회하는 3.0% 이상∼4.0% 미만의 금리였다. 당시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돈 비중은 13.9%였다.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에 못 미친 비중이 8개월 만에 3배로 불어난 셈이다.
광고 로드중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2025.02.12 뉴시스
이 대통령이 올해 7월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에도 예대금리 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체로 시중금리가 하락하지만 시장 기대나 자금 사정에 따라 금리 하락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제’ 탓에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만큼 빠르게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수급, 경기 및 물가 전망, 은행의 유동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면서 “예금금리가 낮아진 현 상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등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총량제 등으로 은행들의 자금 수요가 낮아지는데 예금이 늘면 비용이 늘기 때문에 은행들은 예금 규모를 조정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이자 장사’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대출금리 인하 속도에 맞게 예금금리 속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에 은행들은 ‘잘됐다’며 대출금리는 서서히 낮추는 모양새”라면서 “예금금리가 낮아 부동산 투기 등으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