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변호사가 서울 남산순환도로를 달리고 있다.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42.195㎞ 풀코스를 50회 가까이 완주한 그는 요즘 주 3, 4회 10∼15㎞를 명상하며 달리는 것을 즐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사법고시 보면서 알았어요. 고려대 법대 다닐 때부터 농구 팬이었고, 사시를 준비할 때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인기에 농구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죠. 공부하다 막힐 때 공 들고 나가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면 공부가 잘 됐어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극복했죠. 함께 농구한 친구들의 사시 합격률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높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운동하면 머리가 더 활성화돼 공부가 잘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더라고요.”
이 변호사는 2000년 전 독일 외교장관 요슈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를 읽고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피셔 장관이 달려서 몸무게를 112kg에서 75kg으로 감량한 것도 감명 깊었지만, 두 다리 운동을 통해서 자신감을 갖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간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 책을 통해 ‘한번 달려 볼까’ 생각하다가 2001년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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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월 분당 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분당검푸마라톤’에 가입해 함께 달렸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니 더 쉽게 뛸 수 있었다. 바로 마라톤에 적응했다. 그해 2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제1회 금강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27km를 완주했다. 그는 “난생처음 마라톤에 도전해 눈발을 맞으며 야외 온천 골인 지점으로 들어올 때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아버지께서 월남하신 분이어서 대회 참가가 더 뜻깊었다”고 했다. 2개월 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30분에 완주했다.
“단순함 속에 진리가 있었죠. 팔을 저으며 달리는 단순한 동작이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정신적으론 편안해집니다. 슬픔도 정화됩니다. 그때부터 마라톤에 빠져 살았죠. 변호사로서 원고나 피고를 대리하며 싸운 뒤 승패에 따라 정신적으로 황폐해질 수도 있었는데 마라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
매일 달릴 수는 없었다. 주중 한두 번 10∼15km를 달리고, 주말엔 동호회에서 20∼30km를 달렸다. 그는 “당시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피웠는데 그냥 땀 흠뻑 흘리며 즐겼다. 남들이 다 도전하는 ‘서브포(4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는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기록은 2010년 세운 3시간 38분이다.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변호사 모임(달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2015년 풀코스를 완주한 뒤에는 한동안 등산에 집중했다. 이 변호사는 “풀코스를 40회 넘게 달리니 권태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주말마다 지리산 설악산을 비롯해 백두대간 위주로 산을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 증상이 나타나면서 다시 달렸다. 2017년부터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50km 종목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딸들과 함께 달리기도 했다. 그는 “달리면 좋다고 설득하며 딸들을 데리고 훈련하거나 하프코스 같은 짧은 코스에 참가했다”고 했다. 3년 전부턴 40년간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어느 순간 담배를 피우면 구역질이 났다. 그 무렵부터는 혼자 명상을 하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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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