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키우는 자주파] APEC 앞 불협화음 우려 커져 정동영 “END 중 교류가 맨 먼저”… 위성락 “세 요소간 우선순위 없어” 鄭 “9·19 선제 복원” 魏 “신중해야” 남북교류 복원 자주파에 힘 실려… 북미대화 재개로 돌파구 마련 시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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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와 북핵,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핵심 현안을 두고 북한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이른바 자주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재명 정부 내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 간 균형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9·19 군사합의 선제 복원과 ‘남북 두 국가론’ 등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선(先) 교류 정상화-후(後) 비핵화’ 등 북핵·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자주파의 급진적인 제안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북한의 ‘한국 패싱’이 노골화되면서 남북 교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보는 자주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재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안보 협상은 물론 한중·미중 정상회담 등 치열한 한반도 외교전이 예고된 가운데 자주파와 동맹파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 남북·북핵·한미관계까지 목소리 키우는 자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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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구상이 윤곽을 갖춰 가면서 자주파와 동맹파 간 불협화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유엔총회에서 밝힌 ‘엔드(E.N.D) 이니셔티브’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하지만 정 장관은 “세 가지 중 맨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대화이고 교류”라며 비핵화에 앞서 남북 교류 정상화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며 “냉정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엔드 구상을 두고 “비핵화 얘기를 왜 넣느냐. 대통령 끝장낼 일 있느냐”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며 “대통령 측근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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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외교전 펼쳐질 APEC 앞두고 커지는 불협화음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이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전작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며 취임 후 처음으로 전작권 문제를 언급하며 자주국방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핵심 외교 정책에 대해선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자주파와 동맹파 불협화음에 대해 “‘콩가루 집안’처럼 보이게 만드는 행태”라며 “이견이 있더라도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 간의 메시지는 합일되기 전까지 대외 입장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처 간의 입장이 통합적으로 갈 수 있게 대통령이 큰 틀에서 정리를 한 번 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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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