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은 투자의 성격과 상관없이 3500억 달러라는 골격 자체가 실패 합의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회담 아니라 잘된 회담처럼 보이려 구체적 합의 미룬 의혹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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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일머리는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보면 그런지도 의문이다. 7월 방미 중 도널드 트럼프와 합의한 것은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상호관세를 15%로 내린다’는 것뿐이었다. 투자의 내용이 대출·보증이냐 선불 현금이냐를 놓고 다투고 있지만 애초 3500억 달러와 15%라는 수치 자체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4% 수준인 반면 일본의 5500억달러는 13.1%, 유럽연합(EU)의 6000억 달러는 6.9% 수준이다. 3500억 달러 투자가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의 말대로 기업들이 따로 발표한 1500억 달러 투자와 별개라고 한다면 그 성격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미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렸지만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의 상호관세를 적용받았고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EU와 일본은 2%의 관세를 적용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은 더 작은 폭의 관세 인하에 훨씬 더 많은 금액의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합의서 한 장 없이도 성공이라는 자찬은 처음부터 이상했지만 합의한 대강은 실패가 분명했는데 성공이라고 우겼다. 합의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회담이 아니라 잘된 회담처럼 보이려고 합의서는 고사하고 양해각서(MOU)조차 교환하지 않았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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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은 쇼였다. 성남시의 시민 1인당 부채액은 서울 인천 등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았으며 기초자치단체 시군 중에서 자립도가 가장 높은 성남시가 충분히 갚고도 남았다. 대장동 사태는 그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시 의회가 지방채 발행을 허가해주지 않자 공영 개발을 포기하고 민간에 개발을 맡겼다가 김만배 일당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그가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씩 나눠 줄 수 있었던 것은 시 재정 운영을 잘해서가 아니라 실은 경기도 내의 가난한 시군으로 가야 할 돈이 경기도의 잘못된 조례로 성남시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로잡으려 하자 광화문에 나와 스크루지 같은 단식 농성까지 벌였다. 그가 떠난 후 같은 당 소속 후임 시장이 와서 보니 성남시에는 다른 시들은 다 하는 업무에 쓸 돈까지 부족한 실정이었다.
‘호텔 경제학’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소비쿠폰은 두 달 만에 약발이 끝났다. 기업 성장 없는 주식 주도 경제의 끝도 뻔하다. 우리만 당한 비자 문제는 소 잃고 엉성하게 외양간 고치고 있다.
관세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최종 판단은 유보해야 할 것이다. 다만 관세 협상을 자찬하던 자들이 이제는 반미(反美)를 선동하고 있어 걱정이다. EU가 미국에 무릎을 꿇었을 때 EU 정도 되는 큰 경제공동체가 앞장서 미국과 싸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EU에 합세해 일본도 싸웠다면 우리도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보다 훨씬 경제 규모가 큰 EU와 일본이 무릎 꿇은 마당에 우리만 맞짱 뜨겠다고 나서는 건 천지지간(天地之間) 구별 못 한 구한말 위정척사파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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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