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환경 개선에 이민 유인 줄다가 선진국 되면 세계 상위 놓고 경쟁… 인재들 다시 국경 넘는 패턴 보여 두뇌 유출로 인재 뺏기기는 하지만, 교육 투자의 촉매 돼 인재 늘리기도 韓 ‘인재 허브’ 거듭날 해법 찾아야
《두뇌 유출의 인재 양성 효과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현지의 한국 연구자들과 양국의 연구환경이나 연구자로서의 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들이 한국행을 놓고 고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직은 상대적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을 기회가 많기에, 더 나은 연구환경과 꿈을 좇아 유학 뒤 귀국하지 않거나 국내에서 공부했더라도 해외로 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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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는 일반인의 이민 패턴과는 정반대다. 통상적으로 일반인의 이민은 경제 성장으로 해외로 나갈 여력이 생길 때 증가하다가, 국가가 충분히 부유해지면 감소하는 역U자형 곡선을 그린다. 학자들은 달랐다. 연구팀은 개발도상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며 자국의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학자들이 굳이 해외로 나갈 유인이 줄어 이민율이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최상위권 선진국에서는 국제 공동연구와 해외경험이 학자로서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면서, 오히려 활발한 ‘두뇌 순환(brain circulation)’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두뇌 유출이 반드시 국가에 해가 될까?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두뇌 유출이 유출 국가에 인재 양성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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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인재 양성 효과는 세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첫째, 해외 취업이라는 ‘기회의 창’ 자체가 국내 인력의 교육 및 기술 투자를 촉진한다. 둘째, 해외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은 가계소득을 높이고 교육 투자를 늘리는 자금원이 된다. 셋째, 해외 경험을 쌓고 귀국한 인재들은 선진 지식과 기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의 촉매제가 된다.
물론 이러한 선순환은 인재를 보내거나 받는 국가의 이민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미국이 H1-B 비자의 수수료를 올리는 등 이민 문턱을 높이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이를 자국 인재 유출을 막고, 해외 전문인력을 유치할 기회로 삼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 유수 연구기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연구 생태계와 노동환경 전반을 발전시키는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제는 우리도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세계 각국의 인재를 끌어모으는 ‘인재 허브’로 거듭나야 할 때다. 특정 스타 연구자를 모셔와 부각하는 이벤트성 정책으로는 인재를 지킬 수도, 유치할 수도 없다. 모든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에 더해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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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① Sanliturk, Ebru, et al. “Global patterns of migration of scholars with economic developmen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0.4 (2023): e2217937120.
연구② Batista, Catia, et al. “Brain drain or brain gain? Effects of high-skilled international emigration on origin countries.” Science 388.6749 (2025): eadr8861.
연구② Batista, Catia, et al. “Brain drain or brain gain? Effects of high-skilled international emigration on origin countries.” Science 388.6749 (2025): eadr8861.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