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택 디지털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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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에서 앵커와 출연자가 인사를 주고받았다. “카카오톡 업뎃(업데이트) 하셨습니까.” “저도 당했습니다.” 며칠 전 기자도 카톡이 강제 업데이트됐다. ‘새로운 카톡’의 첫 화면은 친하다고도 아니라고도 하기 애매한, 나이 지긋한 지인이 먼 허공을 응시하는 사진이었다. 몇 시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다음엔 어느 아기 돌잔치 사진, 오래전 소개팅했던 분 사진, 중년 남성들의 등산 사진들이 머물다 갔다. 업데이트 소동 일주일 만에 카톡이 원상 복구 계획을 발표한 걸 보면 나만의 피로감은 아니었나 보다.
살면서 인생을 돌이켜보는 순간이 있다. 화장실에 앉아서 카톡 친구 목록을 내려보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가족, 친구, 든든하거나 껄끄러운 직장 동료, 친했지만 이제는 틀어진 친구, 보기 좋게 나를 차버렸던 분. 카톡이 바뀐 뒤 한 누리꾼은 이혼한 전처 사진을 무심코 눌렀다가 상대방에게 ‘좋아요’가 전송됐다며 분개했다. 좋아요 날리기는 새로 도입된 기능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알고 싶은 사람, 보고 싶은 사람만 골라서 볼 수 있다. 싫으면 ‘언팔(Unfollow)’한다. 좋으면 ‘팔로(follow)’한다. 맺고 끊는 데 부담이 없고 휘발성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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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톡의 본질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서비스다. 사용자의 이용 시간과 수익을 늘리고, 10대 이용자를 인스타와 틱톡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조바심은 납득이 간다. 카카오가 “우리 가난하지 않다.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자신감에 넘쳤던 2012년 5월, 당시 카카오 주가는 2만1000원대였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3배가 좀 안 되는 6만 원대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는 주가가 38달러(약 5만3000원)에서 19배인 740달러(약 104만 원)로 올랐다. 2012년 창업한 바이트댄스(틱톡)는 비상장 기업인데 현재 기업가치가 3300억 달러(약 463조4850억 원)로 추산된다. 카카오(시가총액 26조 원)의 18배다.
돈도 벌고 이용자도 늘리고 동시에 10대부터 80, 90대까지 걸친 폭넓은 사용자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카톡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시도한 변화의 결과는 별점 5점 만점의 ‘1점 테러’였으니 더욱 그럴 만하다.
이번 사태가 카톡에 주는 교훈은 변화의 방향성을 더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4800만 명이 넘게 쓰는 ‘국민 앱(애플리케이션)’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다. 카톡의 복잡성은 핸디캡인 동시에 강점일 수도 있다. 고작 앱 하나에 사용자의 인생 대부분이 담겨 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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