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 목표물을 향해 76mm와 40mm 함포사격을 가하는 한상국함.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굉음이 부산 앞바다를 흔들었다. 127mm와 76mm 함포가 동시에 불을 뿜으며 불빛이 수면을 가르자, 2km 밖 표적이 산산조각났다. 함포의 진동은 가슴을 때렸고, 불길은 눈앞의 바다를 붉게 갈랐다. 26일 해군 창설 80주년을 맞아 열린 관함식, 기자는 상륙기함 마라도함(LPH-6112) 위에서 그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 시민과 함께 오른 ‘움직이는 요새’ 마라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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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한 마라도함.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각종 장비들이 말끔하게 치워지고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 마련된 마라도함 내부.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그 순간 기자는 ‘오늘은 관람객을 위한 무대지만, 본래는 전장을 향해 나아가는 요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평소 공기부양정(LCAC)나 상륙장갑차(KAAV) 등 상륙 장비가 가득하던 공간은 이날만큼은 시민들을 위한 관람 구역으로 바뀌었지만, 철의 본질은 여전히 전장을 향해 있었다.
정부, 군 관계자를 태울 예정인 좌승함(座承艦) 노적봉함이 먼저 해군작전사령부 부두를 빠져나가고 있다.
갑판으로 올라가 행사와 함선 촬영을 위해 함교 외부에 자리를 잡자 군·정부부처 관계자 300명이 탄 좌승함(座承艦) 노적봉함이 먼저 항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 전속항진 시작…강철이 바다를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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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탄 헬기가 착함하자마자 전속항진을 하는 노적봉함과 정조대왕함.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좌승함 노적봉함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도착하자 관함식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마라도함은 시속 40km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1만4500톤에 달하는 철제 거인이 바다를 가르자, 맞바람은 총탄처럼 얼굴을 때렸다. 옆에서 취재진의 모자가 바다로 날아갔고, 시민들은 난간을 꽉 붙잡은 채 환호성을 내질렀다.
정조대왕함을 선두로 세종대왕급, 왕건함, 울산급 부산함, 초계함 광명함이 차례로 도열했다. 회색 철의 선체들이 파도를 가르며 줄지어 나아가는 모습은 장엄했다. 특히 이날 처음 공개된 충남함은 국산 4면 위상배열레이더(AESA)를 장착한 신예 호위함으로, 북한의 대함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부산 앞바다에서 좌승함과 시승함을 기다리고 있던 정조대왕함.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SLBM 잠수함 신채호함, 시민 탄성을 자아내다
현무-IV-4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발사하면서 국내 기술로 개발, 건조된 3000톤급 잠수함 신채호함.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바닷속에서 솟아오른 3000톤급 잠수함 신채호함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잠망경과 레이더를 전개하며 수면 위로 빠르게 항해하는 장면에 시민들의 탄성이 터졌다. 국산 잠수함이 SLBM을 탑재하고 수면 위를 달리는 모습은 ‘강철의 심장’을 보는 듯했다. 기자 역시 군사 마니아로서 심장이 뛰는것을 느꼈다.
해상사열식을 진행하는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DDG-991).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국내 최초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AESA)를 탑재한 충남함(FFG-BATCH-Ⅲ).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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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강도 대잠작전 보여준 우리해군
수중에서 잠수함을 탐지하는 소노부이를 투하하는 우리 해군의 P-8A 대잠초계기.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갑판 위에서 터진 환호와 카메라 셔터 소리는 하늘과 바다의 장면을 한 폭의 그림처럼 남겼다.
수중탐색을 위해 디핑소나를 내리는 MH-60R 후방으로 적 잠수함 격침을 위해 어뢰를 투하하는 링스(LYNX) 해상작전헬기.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