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7인 “주택 공급 부족, 금리인하 기대감, 추가 규제 우려에 수요 몰려”
서울 마포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이나 대출 규제 등 또 다른 대책을 내놓을 것 같다. 그 전에 얼른 집을 사야 할까.”
서울 아파트값 34주째 상승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자 부동산시장에선 무주택자들의 이 같은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9% 올라 34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6·27 대출 규제 발표 후 0.08%까지 낮아진 아파트값은 9월 들어 매주 0.08 →0.09→0.12→0.19%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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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제공 및 동아DB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정부 대책에 대한 실망, 금리인하 기대감, 추가 규제 우려에 따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종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9월 들어 서울에서 규제 대상이 아닌 마포·성동·광진·강동·동작구 등에서 매입 희망자들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가장 큰 원인은 또 다른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포모 심리”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서울에 주택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분양가가 매우 비싼 점도 수요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몇 년간 공사비 인상 여파로 주택 착공이 줄면서 당장 내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1만1470채로, 올해(14만5237채)보다 22.3% 감소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아파트를 착공해도 준공까지 3년은 걸리는데, 최근 서울 도심에선 각종 안전 기준 강화로 공기(工期)가 길어져 이제 아파트 건설에 5년은 걸린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9·7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주택 공급 계획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자 시장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9·7 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채를 착공하는 게 뼈대다. 실제 공급까지 3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입지도 수도권 외곽 위주라는 한계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7 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공급 물량 자체는 적지 않지만 시장 참여자로선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도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의 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6·27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자 다시 부동산 가격이 강보합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아파트 단지. 뉴시스
서울 부동산시장의 분수령은 추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9월 말∼10월 초 집값 상승세를 예의주시해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상승폭이 커지고, 그 여파가 외곽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당분간 부동산 가격 대(大)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6·27 대책 이후 추가 수요 대책 발표가 너무 늦어진 데다, 9·7 대책은 사실상 ‘무(無)공급 대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 대표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거시적 유동성에는 제약이 생겼지만 자산이 풍부한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사실상 부를 증여하는 ‘가족 금융’에 힘입어 미시적 유동성은 활황 상태”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집값은 두세 달 안에 3년 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 3구와 용산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마포·성동구 등 한강벨트로 매입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 같은 흐름은 광진·동대문·영등포구를 거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이어지고 경기에선 수용성(수원·용인·성남)까지 전파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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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8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