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을 향해] 삼창주철공업㈜
이영표 삼창주철공업㈜ 대표. 삼창주철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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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과 의지로 진출한 소방용 밸브
삼창주철공업의 ‘UL/FM 버터플라이 밸브 BO-G310’. 삼창주철공업 제공
1987년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삼창주철공업이 아시아 기업 최초로 UL과 FM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 소방 인증기관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수십 년간 쌓은 주조 노하우와 자체 생산 설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인증은 현재까지 38년간 유지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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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130년 역사의 글로벌 소방방재 전문기업 타이코를 비롯해 미국 주요 소방기업들과 독점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만든 소방 밸브가 미국에서 업계 1, 2위를 기록하고 터키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인도, 호주, UAE 등 전 세계 10여 개국으로 뻗어나갔고 매출도 60% 이상 성장했다.
국내 신제품 출시… 자가 주물 활용해 경쟁력↑
삼창주철공업의 진짜 무기는 ‘완전한 수직계열화’다. 2000평(약 6600㎡) 규모 주조공장에서 80여 명이 주철 용해부터 가공, 조립, 제품 시험까지 모든 공정을 한 지붕 아래서 처리한다. 국내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삼창주철공업이 유일하다. 중국산 주물을 수입해 조립만 하는 경쟁 업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품질관리가 가능하다. 연간 용해 1만 t, 밸브 20만 개를 생산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현재 매출 245억 원 중 밸브 수출이 16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68%에 달한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한국 기술의 저력을 보여준다. 내년 초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어 회사의 성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삼창주철공업은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반면 그동안 국내시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해외 인증 규격에 맞춘 제품들이 국내에서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대표이고 한국에서 생산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는 공급을 못한다는 게 답답했다”는 이영표 대표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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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기업은 산업의 쌀, 보호 절실한 때”
반세기를 넘긴 이 장수 기업도 심각한 인력난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있다. “뿌리기업은 산업의 쌀”이라고 강조하는 이 대표는 “제조업은 사람이 중요한데 AI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뿌리기업에 대한 실질적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2025년 삼창주철공업 춘계 야유회 단체사진
구로동 작은 주작소에서 출발해 세계 소방 안전을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창주철공업. 창업주 이희준 선대 회장의 도전 정신, 이규홍 회장의 혁신적 비전, 이영표 대표의 글로벌 감각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결실이다. 뿌리기술 하나로 세계시장을 정복한 이 기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