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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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에 ‘국립정원문화원’이 문을 열었다. 이번 개원은 단순히 하나의 기관이 생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원 문화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담양은 국립정원문화원이 추구하는 가치와 책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장소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담양은 가사(歌辭) 문화와 함께 발전해 온 남도의 생활·예술 전통을 간직하고 있어 정원을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삶과 철학이 깃든 문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산림청 산하 국립정원문화원이 담양에 둥지를 튼 것은 한국 정원 문화의 뿌리를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확산시키는 의미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국립정원문화원의 설립 취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원 문화의 확산이다. 정원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도시화로 녹지 공간이 줄어들고 있어 생활 속 정원 문화는 국민의 정서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립정원문화원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전통 정원의 보전과 일상 속의 생활 정원, 학교와 공공기관의 교육 정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유 정원 등을 확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원이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생활터로 자리매김하고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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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한국 정원의 세계화다.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유럽, 호주 등에 일본 정원을 조성해 문화적 위상을 높여왔다. 중국 또한 황실 정원과 귀족들의 주택에 조성했던 정원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 중국 정원을 세워 문화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K-팝과 K-푸드는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고 최근 ‘케데헌’ 열풍이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원은 아직 세계인의 인식 속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수용하며 있는 그대로의 흐름과 여백을 존중하는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한국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해외에 알려 문화적 위상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립정원문화원이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저력을 세계에 전파하고 국위를 선양하는 문화 외교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국립정원문화원의 출범은 한국 정원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매개 역할을 할 것이다. 아름답고 깊이 있는 별서정원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담양에서 한국 정원을 세계에 알리고 국민의 삶 속에 깊이 뿌리 내리게 하는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인호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