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포기 전제 북-미 대화 거론 핵무기 생산 능력 자신감이 배경 된 듯 ‘핵군축’ 전환땐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핵무기고의 급속한 증가를 뒷배로 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무력이 미국이 대화로 없앨 수 있는 ‘임계점’을 돌파한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8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화성-20형 신형 ICBM을 개발하는 동시에 핵탄두 보유량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앞서 5월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 기준으로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로 최대 40개의 핵탄두를 더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했다고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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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북한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인도와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수준의 핵 무력을 갖게 된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우해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핵 무기고 일부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외교·경제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스몰딜(small deal)’을 실현시키면 북한의 핵이 기정사실화되고, 국제사회에서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저의를 드러냈다는 것.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식적으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보는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취임 후 여러 차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해 왔다.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을 ‘거대한 핵능력 보유국(big nuclear nation)’이라고도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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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축소→비핵화’ 등 3단계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 고도화가 상당히 진전된 만큼 단계적 비핵화를 명분 삼아 핵동결 및 군축으로 대북 협상의 틀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핵 협상이 비핵화에서 핵 동결이나 군축으로 전환되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