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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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코스피가 뜨거운 불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미투자자들로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움직임이 미지근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6∼8월 3개월 연속으로 순매도를 했다. 국민연금이 밀어줬으면 주가가 더 올랐을 텐데, ‘코스피 5,000 시대’도 빨리 올 텐데.
‘개미 중에 좀 큰 개미’였다는 이재명 대통령도 의문을 제기했다.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연기금들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왜 그렇게 낮으냐”며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들어도 모르겠다던 설명은 이랬다. 20∼30년 뒤에 기금 잔액이 줄어든다. 그때 현금화를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주가가 폭락할 염려가 있다. 대통령은 이상하다고 했다. “그때 안 팔기 위해 지금 주식을 아예 안 산다? 30년 뒤 일 아닌가.”
“韓 주식 더 사라” 난감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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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적게 사는 것도 아니다. 6월 말 현재 전체 자산 1269조2000억 원 중 14.9%인 189조1000억 원을 국내 주식으로 들고 있다. 전체 주식 중 29.8%가 국내 주식인데,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2%도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자국 편향’이다. 이미 웬만한 대형주의 7∼10%를 들고 있는데 지분율을 더 높이면 진짜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될 판이다. 국내 주식 비중을 점점 낮추는 추세지만 투자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전체 적립금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순수한 의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기자회견에서 밝힌 건 적절치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국민연금이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외부의 성화에 운용 원칙을 바꾼 적이 있다. 2021년 ‘동학개미’들이 연기금의 국내 주식 매도 중단을 청와대에 청원하자 그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확대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호시탐탐 노린다. 국민연금을 활용해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이나 정책 펀드에 동원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외풍 차단하고 연금 곳간 지켜야
외압을 견뎌내기엔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취약하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 당연직 6명, 사용자·근로자 대표 각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어 정부가 손쉽게 과반을 점할 수 있다. 직능대표 성격이 강해 투자 전문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회의록엔 “국내 노동자 돈으로 왜 해외투자를 하냐”는 등의 황당한 발언도 있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처럼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한 투자 전문가 중심으로 기금운용 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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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