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 한국인 귀국] 美 구금 근로자 330명 집으로 “식수선 소독약 냄새… 구금소 악몽, 귀국 연기땐 하늘 무너지는 것 같아” 기다리던 가족들 부둥켜안고 눈물… 아내 등 토닥이며 연신 “미안해” 조현 “기업인 비자 별도 데스크 설치”
이민 단속으로 체포됐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근로자 수백명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해 사태 발생 8일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수백 명의 근로자들은 가족들과 포옹하고 안부를 물으며 재회의 기쁨을 즐겼다. 이날 한 근로자가 가족들을 만난 뒤 포옹하고 있다. 인천=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으로 시설에 7일간 구금됐다 풀려나 12일 고국 땅을 밟은 근로자 전상혁 씨(56)가 이렇게 말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수갑과 족쇄에 채워졌다가, 죄수복까지 입어야 했다”며 “중범죄자 취급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 “자유다!”… 눈물과 환호 속 귀국
12일 오후 3시 50분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B 게이트 입국장.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한 근로자는 “자유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입국장에서 나와 가족들이 기다리는 공항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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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장기 주차장에서 한 근로자가 가족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귀국 연기 소식에 하늘 무너져”
한 40대 남성은 귀국이 돌연 연기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영문도 모르고 설명해 주는 이도 없어 언제까지 얼마나 더 있어야 하나 싶어 막막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계열사 직원인 이창민 씨(49)는 “침대, 샤워 시설 등 기본 시설이 노후화돼 힘들었다”며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틴 것 같다”고 했다. 한 20대 한국인 근로자는 “식수에서 소독약 냄새가 심해서 지옥이었다. 통에다 담아서 줬는데 마실 때마다 배가 아픈 사람도 많아 목이 말라도 참았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비좁아서 온종일 답답했다”는 아들의 말을 옆에서 듣던 어머니는 연신 아들의 팔을 어루만졌다. 구금시설에서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선두에 섰던 ICE 차량이 사슴과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한다.
12일 한 근로자의 가족이 서로 포옹하며 귀국을 축하하고 있다. 인천=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美 비자’ 논의 한미 워킹그룹 구성
정부는 향후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 비자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2일 미국 비자 문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의 직원이 발급받는 단기 상용비자(B1)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비자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확인해서 법 집행 기관이 일관된 집행을 하도록 미국과 협의를 해 나가는 것”이라며 “비자 발급 기간 단축, 발급 거부율 감소, 소규모 협력사가 활용하는 비자 범주 확대 등 유연한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한국에서 기업 투자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가장 빠르게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주한 미국대사관에 별도 데스크 설치하는 것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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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