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과한 반응이 범죄 부추겨 실제 상황 대비 수사 고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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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테러 협박에 가장 강력한 대응은 ‘관심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폭발물 협박 글로 인한 경찰·소방력 낭비가 심해지는 가운데,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들은 협박범의 동기를 ‘왜곡된 인정 욕구’로 규정하며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반응이 오히려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조용히 추적해 검거하는 방식으로 억제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신세계면세점 폭파예정ㅋ”라는 댓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달아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 등에 경찰을 출동시킨 30대 남성은 5시간 만에 경기 여주시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 남성은 범행 동기를 함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관심을 끌기 위한 장난이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렸다 붙잡힌 중학생은 “사람들 반응이 궁금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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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협박범이 경찰·소방의 출동 과정마저 사회 통제 행위처럼 여기고 희열을 느낀다고 경고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사회가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조종한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에서 비주류인 젊은 세대가 자기 지위를 확인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하나의 게임처럼 범죄 예고 글을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응은 기술적 추적과 형사 처벌만이 아니라 ‘관심을 최소화하는 방식’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거와 동시에 ‘주목받지 못한다’는 경험을 주는 것이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허위 협박이 누적되면 실제 상황에서 대응력이 약해지는 ‘양치기 소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을 통한 문체·음성 분석 등 수사 고도화로 실제 위협 수준을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