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롯데發 우울증’ 날리기 팬들, 롯데 승패에 일희일비… 연패때 일상생활 무기력증 시달려 “고향에 두고온 마음, 응원 못끊어” 샤워-향수, 안정감 찾는데 도움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44·사진)은 프로야구 롯데가 창원 방문 3연전 첫 경기에서 NC에 6-7로 역전패하며 11연패를 당한 22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23일에도 1-4로 무릎을 꿇으며 12연패를 당한 롯데는 24일이 되어서야 17-5 승리를 거두고 길었던 연패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롯데가 연패에서 벗어난 이튿날인 25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병원에서 만난 박 원장은 “11연패를 당한 그날 밤 내게도 순간적으로 공황 증세가 찾아왔다”면서 “다행히 오늘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병원을 찾은 팬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연패가 이어졌으면 진짜 오셨을 수도 있다. 한화 팬들이 ‘롯데와 한화는 동맹인데 한화 팬은 방문하면 안 되냐’는 문의도 주셨다”며 웃었다. 한화도 22일까지 6연패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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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롯데는 고향에 두고 온 정체성과도 같다. 매일 야구를 보는 분들은 가족 얼굴 보는 시간보다 선수 얼굴 보는 시간이 더 길다. 그만큼 감정적 거리가 가깝기에 롯데의 승패에 일희일비하게 된다”고 했다.
박 원장은 6년 전 ‘정신의학신문’에 ‘롯데 자이언츠 유발성 우울증’이라는 칼럼을 기고해 화제를 모았다. 특정 자극으로 유발된 우울감과 불안감이 2주 이상 강하게 지속되고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주면 ‘OO 유발성 우울증’이란 진단이 가능한데 롯데는 충분히 우울증을 유발하는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롯데는 10개 팀 중 최하위를 했고, 이후에도 줄곧 하위권을 전전해 왔다.
박 원장은 “연패를 당하는 동안 ‘오늘은 이기겠지’ 하는 기대가 계속 배신당하면 기댓값이 떨어진다. 그러면 선수들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렇게 무기력이 학습되면 집단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이기는 것이다. 부정적 경험이 멈추면 새롭게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고 했다.
21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11회 끝에 6-6 무승부에 그친 뒤 연패를 끊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 숙이고 있는 롯데 선수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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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팬들이 사직구장에서 ‘제발안타’라고 쓴 수건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롯데는 팀 타율이 후반기에 꼴찌로 떨어지면서 12연패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주식 투자 실패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는 박 원장은 “롯데 선수가 바보 같은 실책을 저지르는 걸 볼 때면 주식으로 망했던 내가 떠오른다. 팬들이 롯데에 바라는 것 역시 버티면서 티끌만큼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이다. 그게 곧 우울을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했다.
“살면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잖아요. 롯데 팬도 계속 우승을 꿈꿀 수 있어요. 실패하더라도 늘 새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음을 주는 것. 그게 스포츠와 야구, 그리고 이 팀의 매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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